오른 손목 안쪽에 잡힌 작은 물집들이 며칠을 가도 사라지지 않았다. 불행은 불현듯. 무나카타 레이시는 정말 불행히도, 그것이 몹시 신경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갈라진 입술의 버석하게 마른 피부, 반쯤 일어난 상처딱지, 뜯어지지 않은 손톱 끝의 거스러미 같은 것들이 그러하듯,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시때때로 무나카타를 신경을 붙들어 매곤 했다. 아프진 않았지만 간지러웠다. 봄의 새순이나 어린 새의 깃처럼 가볍게 소곤거리던 간지럼은 이내 폭력적인 충동을 수반하는 거슬림으로 바뀌었다. 무나카타는 염증이 생겼을 때의 대략적인 처치법을 알고 있었다. 소독, 약, 손대지 말 것.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있었기에 무나카타는 대신 골몰하여 그것들을 바라만 보았다. 작은 기포들, 어딘가 덧난 상처가 무나카타의 시선을 몹시 괴롭혔다.
소염제를 먹었다. 효과는 있는 듯 하다가도 없었다. 잘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 거즈를 덧대놓아도 다음날 떼면 너덜너덜하게 일어나 있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 움푹 패여 살점이 뜯겨진 위로 또 다시 돋아나는 것들. 연일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도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무나카타는 오른손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굳어버린 손목이 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다. 조금만 꺾여도 연결된 손등이 찌릿하게 아파왔다. 무나카타 레이시는 그것은 괜히 오른손의 물집 탓으로 여긴다. 사라지지 않는 오밀조밀한 것들.
사실은 그렇지 않을텐데.
문득, 그것들을 터뜨려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불 꺼진 적막한 방 안에서 어딘가의 광원으로부터 반사되는 희미한 실루엣을 무나카타는 응시했다. 왼손으로 천천히 끝을 더듬는다. 간지럽다. 손 끝을 세워, 긁었다.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하게 느껴졌다. 밀어낸다. 따끔한 통증은 점점 타듯이 번졌다. 밀리는 피부의 연한 살점이 너덜거린다. 이 쯤에서 그만해야지, 싶은데도 의식은 어딘가로 부유하고 손은 기계적인 작업을 계속했다.
손가락을 오무렸다, 편다.
앞으로 나아갔다, 돌아온다.
팔은 바르게. 어깨는 흔들리지 않게. 중심축을 잡고 직각으로 구부려 찔러넣는다.
찔러넣었다, 뺀다.
찔러, 넣는다.
툭, 얼굴 위로 한 방울 떨어진 미끈한 것이 무엇인지 무나카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불행은 불현듯. 예고되었던 종말 역시 불현듯.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그저 사고와 우연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억울했다. 베갯잇이 다시 차갑게 젖는다. 이제 여분이 없는데. 무나카타는 몸을 웅크리며 그렇게 생각한다. 한숨을 내쉰다. 한숨을, 내쉬려, 했는데, 튀어나온 것은 치받치는 어둠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꾸역꾸역 토해져 나왔다. 온몸의 내장이 뒤틀리고 쥐어짜여 끅끅대는 소리와 함께 토해졌다. 아이처럼 이불 안에서 웅크려도 어깨가 들썩거렸다. 반듯하게 펴놓은 이불의 홑청이 몸부림을 이기지 못하고 튿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억누르기 위해 자꾸만 자꾸만 안으로 웅크리는 데도 안에서는 요동이다.
뭐가 더 남아서. 매일 토해내는 데도 뭐가 더 남아서.
멈추지 않아 입을 틀어막았다. 알싸한 통증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근 씹으면 푹, 터져나왔다. 입 안에 짜고 비린 따뜻한 것들이 고인다. 아직, 아직도, 한참 남았다. 끄윽대는 소리와 함께 자꾸, 자꾸 방 안에 그림자가 가득 찬다. 당신의 그림자였다.
소염제를 먹었다. 효과는 있는 듯 하다가도 없었다. 잘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 거즈를 덧대놓아도 다음날 떼면 너덜너덜하게 일어나 있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 연일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도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무나카타는 오른손을 쓰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