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긴. 잠깐 화장실 갔다왔더니 자리는 비어있지, 네 녀석 고백 받는다고 소문 파다하더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12번째 고백이었다. 점심시간마다 빤히 쳐다보는 기색에 덩달아 물끄러지 쳐다봤더니 멋대로 마음이 있다고 착각한 모양이었는지 고백은 꽤나 당돌하고 뻔뻔했다. 너, 나 좋아하지? 기가 막혀 내려다보면 아니야? 아닌데? 나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허둥지둥 얼굴이 새빨개졌다. 혼자서 횡설수설, 언제부터 뭐 때문에 좋아했다고 얘기도 했던 거 같은데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교사 뒷편 주차장에서 혼자 난리치는 여학생을 두고 가기도 뭣해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하고 나왔다. 12번째 고백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사귀는 거야?"
은근히 떠보는 네 얼굴을 내려다본다. 여자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말 한 번 섞어도 전전긍긍하는 너에게 여자친구란 건 애매한 존재겠지. 가만히 내려다보다 반문한다.
"나한테 여자친구가 생기면 어쩔건데?"
"뭐?"
"오케이했으면?"
"하? 너 진짜 사귀냐? 사귀는 거냐?"
"그랬으면?"
"어… 어…… 일단, 축하한다?"
"나 여자친구 생기면 너랑 앞으로 게임센터도 못 가는데."
"야 그건 안되지!"
"당연히 등하교도 같이 못하고."
"그, 그렇게까지?"
"쉬는 시간에 얘기도 못하고 숙제도 걔 먼저 빌려줘야 되고 통화도 걔랑만 할테니 네가 전화해도 맨날 나는 통화중이겠지. 주말에도 데이트해야 되고 돈은 그 쪽에 다 쓰니 나는 너랑 놀 돈도, 시간도 없겠지."
"시시하잖아. 헤어져라."
"그냥 그것 때문이야?"
"그, 그럼 어떻게 해! 네 녀석이 없으면 재미가 없단 말야, 재미가!"
괜시리 발로 가로등을 뻥 차는 뒷통수를 내려다본다. 뚱한 표정에는 불만이 잔뜩 엉겨있어 웃음이 나왔다.
"그럼 만약에 네가 고백받으면 어쩔건데?"
"뭐?"
"네가 고백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잖아."
"그, 그런 게 있을 리가."
"나도 너한테 그럴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야."
"야, 말 조심 해라?"
이러니저러니해도 너는 아직까지 제가 한 번도 고백을 받아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만이 많은것 같았다.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올려다보는 꼴에 푹, 웃음을 터뜨리면 미사키는 '뭐야! 왜! 왜 웃냐!' 거리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지만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 미사키의 눈에는 나만 있었다.
"좋아해."
"앙? 무슨 헛소리야."
"아니. 어쨌든 지금은 여자친구 따위보단 네가 좋다고."
"음… 어… 고맙다? 나도 그래. 너랑 노는 게 훨씬 좋아, 사루."
"나야말로 고맙네."
그래. 그러니까 그냥 맨날 둘이 붙어다니자.
단순한 너의 기분은 금세 풀린다. 내 앞을 걸어가는 나보다 한 뼘 작은 뒷통수를 내려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