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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기노] 1mm
최근에 이 밴드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이 곡이 특히 좋더라구여!
https://www.youtube.com/watch?v=V_nx_Qkj7uE
마지막은 노래 가사. 학창시절 연애하는 코우기노? 뭔가 무난한 픽시브 커플? 어려움어려움...
텐트, 보온병, 핫팩, 야외용 전등, 토치, 침낭, 모포, 레토르트 식량, 그리고 커다란 천체 망원경.
코우가미의 두 달치 아르바이트 비용이 고스란히 들어간 만큼 손에 넣었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묵직한 무게감만큼 뿌듯함을 느끼며 코우가미는 트렁크를 닫았다.
자, 다음은――.
옛날엔 별 구경 하기가 쉬웠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홀로그램으로 뒤덮인 도시는 퇴화해버린 외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밤에도 낮처럼 번쩍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스모그로 희뿌연 하늘은 그대로 빛을 머금고 반사해 하늘은 까맣다기 보단 탁한 자줏빛이거나 불그스름한 색이었다.
"진짜로 다른 데 가면 별이 보일까, 기노."
"글쎄."
무심한 표정으로 걷던 기노자가 코우가미를 따라 멈춰선다. 별이라니, 그런 존재가 있을 거라곤 교과서와 천체 관련 서적이 아니라면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하늘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엔 봤던 것 같기도 해."
"진짜?"
"어릴 땐 가끔 놀러 갔으니까. 새벽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차에서 내리니까 하늘이 반짝반짝 했거든."
"반짝반짝?"
평소에는 주어, 목적어, 동사만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기노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어린애 같은 형용사에 코우가미는 풉- 하고 튀어나오는 웃음을 틀어 막아야 했다. 어이, 웃지 마. 제 입에서 나온 말이 뭔가 좀 어색하긴 했는지 순식간에 턱 밑까지 홧홧해진 기노자의 얼굴에 코우가미는 끅끅대며 주저 앉아 버렸다. 야, 코우! 아, 하지만… 그게, 기, 기노가 반짝반... 푸흡…아, 배 아ㅍ…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나 혼자 갈 거야. 신경질적으로 대꾸한 기노자가 발걸음을 옮기면 코우가미는 너무 웃어서 땡기는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같이 가, 기노.
몇 발자국 안 가 나란히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둘은 내내 별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래서 예뻤어? 반짝반짝? 놀리는 거면 적당히 해, 코우가미. 아니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묻는 거야. 요즘도 볼 수 있으려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방금 전 훅 달아올랐던 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코우가미가 놀리는 건가 싶으면서도 기노자는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하늘이 반짝반짝.
그 낯설고 귀여운 어감에 코우가미는 그 날 귀가하자마자 검색을 시작했다.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 가장 밝은 별. 계절별 별자리. 천체 관련 서적을 결제하고, 천체망원경의 가격에 기함하면서도 코우가미는 겨울이 하늘이 가장 깨끗하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기 중에 나머지 준비를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멀리 나가려면 차도 필요하고 그러려면 운전 면허도 따야 한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는데도 코우가미는 밤을 새워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에 운전 면허 교습까지 포함하면 당연하지만 코우가미는 기노자랑 만날 시간이 줄어 버렸다. 여름 내내 손에 꼽을 정도로 만났다. 개학하고 난 뒤의 기노자는 그 전보다 키가 조금 더 커 있었고 더 마른 느낌이었다. 방학 전에 길었던 머리도 다시 짧게 쳐버렸다. 그 과정을 전부 보지 못한 게 아쉽기 짝이 없었지만 그간의 고통을 감내할 만한 순간이 드디어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기노!"
전화를 받고 문 앞에서 기다리던 기노자가 깜짝 놀란 얼굴이다. 운동화에 면바지, 스웨터, 파카. 간편하지만 두터운 옷으로 골라 입으라던 코우가미의 의견을 얼추 반영하긴 한 모양이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탄 기노자가 묻는다.
"렌트?"
"학생이 차를 사는 건 상식적으로 무리잖아."
"그렇긴 해도… 면허 딴 게 여름이었지? 몰아본 적은 있어?"
"못 믿어?"
"솔직히 불안한데."
불신이 가득 섞인 눈초리가 농담이란 걸 안다. 눈이 마주치자 기노자와 코우가미는 결국 웃어버렸다. 내 불신을 잠식시키기 위해 노력해봐, 코우. 힘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디 가는 거야? 그건 비-밀. 의아한 눈초리를 하면서도 기노자는 수긍했다. 렌트한 RV 차량은 시원스럽게 도심을 빠져나간다. 그 동안 라디오를 틀거나 노래도 들었다. 그저 조용하기도 했지만 어색하진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편한 관계가 가장 좋다고 누가 그랬더라. 흘긋 리어뷰미러를 통해 본 기노자는 시트에 등을 기대고 자고 있었다. 차 안이 답답해 열어놓은 파카 밑, 회색 스웨터 사이에서 흰 목덜미가 두드러진다. 항상 목깃까지 잠그는 교복 셔츠보다 두툼한 스웨터의 라운드넥이 훨씬 개방적이었다. 도드라진 쇄골과 결후를 멍하니 보다 코우가미는 핸들을 잡은 손이 흔들려 앗차 싶어 코우가미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편한 수준이 아니지.
충동적으로 계획을 잡고 장소를 물색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운전 면허증을 땄을 때, 문득 코우가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서툰 성격 탓인지, 환경 탓인지 혹은 둘 다 인지 기노자는 코우가미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라고 고백했다. 코우가미도 아마 비슷한 감상이었다. 친구야 많았지만 기노자만큼 오랫동안 시간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성이 있을까? 반짝반짝. 그 형용사를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이유로 준비하기엔 꽤 성대한 작업이었던 데다 코우가미 본인도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갔거나 열심이라는 자각은 있었다.
아, 그렇구나.
성찰은 싱겁게 끝났다. 아니, 받아들이는 코우가미 쪽이 시원스러웠다고 해야 할지. 어느 쪽이든 코우가미는 제가 기노자를 친애 이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했다. 깨달았다고 해도 별로 그 이상의 진도를 나가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고 그게 아니더라도 제가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섣불리 고백이라도 했다간 그 성실한 친구는 몇날며칠을 고민하다 미안하다고 말한 뒤, 그래도 마음에 짐을 갖고 살 게 분명했다. 그것보단 지금처럼 편한 관계가 훨씬 나았다. 물론 코우가미는 가끔 너무 편하다 못해 저런 식으로 무방비하게 구는 기노자를 보며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지만.
도착했을 땐 짧은 겨울해가 벌써 슬슬 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허겁지겁 텐트를 치는 와중에 익숙치 않은 작업에 기노자는 한 번 넘어질 뻔 했다. 레토르트 카레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토치는 오랫동안 방치한 탓인지 화력이 약했고, 가장 중요한 건 기상예보를 배반하는 것처럼 날이 흐렸다. 야심차게 준비한 천체망원경으로도 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풀이 죽은 코우가미의 옆에서 기노자가 웃었다.
"괜찮아. 나는 오늘 너랑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그래도……."
"갑자기 웬 별 구경인가 싶지만, 일단 나 혼자였으면 이렇게 멀리까지 캠핑 오는 건 생각도 못했을 거고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기노자는 물끄러미 앞을 바라본다. 그렇게 높진 않아도 차가 들어올 수 있는 산 중턱이다. 빽빽한 침엽수림에 어둡게 잠긴 풍경 어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지 코우가미는 알 수 없었지만 기노자는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집에선 밤이 너무 밝으니까."
"응?"
"희미하긴 해도 가끔 너무 밝게 느껴져서 암막 커튼을 치고 자거든. 그래서 그냥 이런 것도 좋아. …고마워, 코우가미."
모포를 둘둘 싸매고 잠깐 고개를 숙였던 기노자가 눈을 마주친다. 부끄러운지 표정이 미묘했지만 시선만은 피하지 않고 있었다.
"벼, 별 말씀을."
"나도 면허를 따놨으면 좋았을텐데. 돌아가는 길도 네가 운전해야 되잖아."
"그 정도는 괜찮아."
"그래도 일찌감치 자는 게 낫겠지."
고개를 주억거리는 코우가미를 뒤로 하고 기노자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코우가미는 애꿎은 모닥불만 불쏘시개로 푹푹 쑤시다 고개를 숙였다. 와, 키스할 뻔 했다.
"코우가미, 일어나. 일어나, 코우."
한참을 밖에서 모닥불만 뒤적거리다 코우가미가 텐트 안에 들어갔을 때 기노자는 이미 반쯤 꿈나라였다. 잠에 취한 목소리로 어서 자라고 얘기하는 기노자에겐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코우가미는 한참을 뒤척였다. 아쉬움과 속상함이 반, 그래도 설렘이 반이었다. 고백할 맘도 없고, 그 뒤는 욕심내지도 않는 말은 취소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상대랑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단 둘이라는 생각은 혈기왕성한 10대의 밤을 불꽃처럼 치열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뒤르켐의 이론을 생각하다가 겨우 잠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깨를 흔드는 감촉에 코우가미는 간신히 눈을 떴다.
"아직 어두운데……."
"일단 일어나 봐."
잠에 취한 코우가미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아 끌고 기노자는 텐트 밖으로 나섰다. 침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한기에 눈이 확 뜨여진 코우가미의 앞에.
"…굉장하다."
"그렇지?"
기노자의 목소리도 들떠 있었다. 저녁의 구름은 어디론가 싹 걷히고 하늘에 흰 점이 쏟아질 것처럼 가깝게 박혀 있었다. 황급히 차 트렁크를 열어 책을 꺼내고 코우가미는 망원경 앞에 앉았다. 쉽게 찾을 수 있다던 오리온자리의 세 별은 정말 한눈에 보였다. 서쪽, 올라가서, 팔 부근의 베델기우스. 그 옆에, 저 쪽으로 밝은 게 프로시온. 시리우스는 더듬어 찾을 필요도 없었다. 망원경으로 보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밝았다. 겨울의 대삼각형. 물고기자리, 카시오페아, 페가수스.
"기노, 봐봐, 저렇게 보면……."
흥분한 코우가미가 고개를 돌리면 바로 옆에 기노자가 상기된 얼굴로 딱 붙어 있었다. 아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기노자도 정신이 없었는지 꼬박꼬박 쓰던 안경도 없다. 무심코 마주친 시선에 숨만 하얗게 올랐다가.
놀라 감지도 못한 눈동자 속에 고스란히 아까의 풍경이 보이는 듯 했다. 오리온, 오리온의 사냥개라는 큰개와 작은개, 베델기우스, 프로시온, 가장 밝은 시리우스. 불꽃이 튀는 것처럼 반짝거리고, 폭죽처럼 하얗게 빛난다. 볼록렌즈로 보는 것처럼 왜곡되는 시야. 파르르 떨리던 속눈썹이 한 번 깜박일 때마다 별이 쏟아졌다. 책에서 보던 우주가 그 안에 있었다.
"좋아해."
입술을 떼고, 서로의 숨길이 고스란히 닿는 거리에서 결국 코우가미는 그렇게 뱉고 말았다. 차갑게 식은 기노자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얽어 깍지 끼고 손등을 더듬으면서 코우가미는 말했다. 기노자가 밭은 숨을 내쉴 때마다 코 끝에 내뱉은 숨의 온기가 닿았다. 흰 숨이 오른다.
"좋아해, 기노."
찬 바람 속에서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알파, 1등성, 별자리, 신화, 은하수, 뭔가 할 말은 많았던 것 같은데 코우가미의 머릿 속엔 그 말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좋아해, 기노. 너도, 그러면, 안돼?
"반짝반짝해."
그러고보니 발단은 전부 기노자의 이 말 때문이었다. 하늘이 반짝반짝 했어. 그 말을 다시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백열등 밑에서 여전히 상기된 얼굴 그대로, 얼이 빠져있던 기노자가 겨우 입을 연다.
"……하늘이?"
"아니, 네가."
그리고는 처음 반짝반짝하다고 말했던 그 때보다 더 새빨갛게, 화르륵 달아오른다. 그 때는 목깃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목 끝까지, 라운드넥 밑에서 보이던 하얀 쇄골이 연분홍빛으로 얼룩덜룩하다. 그, 그러니까, 그런, 여자한테 할 법한 표현은……! 버벅거리는 소리가 끝내 말이 되지 못한다. 혀를 씹은 건지 아, 하는 소리를 끝으로 기노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잠깐의 정적. 순간적으로 터져나온 웃음을 코우가미는 참지 못했다. 시끄러워! 웃지 마! 네가 쓸데없는 말을 하니까 그, 그러는 거 아냐! 놀라 갈라진 목소리도 웃겼다. 너무 웃겨서 눈꼬리에 찔끔 눈물까지 배였다. 헉헉대면서 손가락으로 눈을 쓸어내리는 코우가미에게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지 이제 기노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기노 삐진 거 아니지?"
"…아니야."
"하늘은 반짝반짝해?"
"너 결국 그것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냐!"
"기노가 별이 아니더라도 고맙다고 했지만, 난 이게 목적이었다고."
"언제 했던 건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여름 방학 전에. 그래서 집에 가서 검색하고, 계획 짜고,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 하고, 면허 땄는데."
"그 때부터?"
"응, 그 때 부터."
놀란 얼굴의 기노자가 입을 뻐끔거린다. 왜? 소리는 안 나도 입 모양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야 너를 좋아하니까."
"ㄴ, 농담은 한 번만……."
"농담 아냐. 진짜로 너를 좋아해. 그게 아니면 너한테서 하늘이 반짝반짝하단 얘기를 듣고, 그 말을 다시 하고 싶은 널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걸. 나도 '반짝반짝한 하늘'을 한 번쯤 보고 싶긴 했지만."
"……."
"그리고 실제로 보니 죽기 전에 이런 풍경을 못 봤으면 정말 후회했을 지도 모를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워. 너한테 감사해, 기노. 네가 아니면 나는 이런 풍경이 있는 줄도 몰랐을 테니까. 그래도. 그래도 말야, 기노."
깊게 숨을 들이쉬면 청량한 새벽 공기가 폐 안에 가득 들어찬다. 여전히 얽혀있는 손가락들을, 벗어나려는 듯 꼼지락거리는 기노자의 손을 다시 한 번 꽉 잡고 코우가미는 말을 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잊어버렸던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이제야 전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충동적인 키스, 입술에 닿았던 온기, 망원경을 보는 것처럼 가까이에서 보였던 눈동자. 코우가미는 덩달아 얼굴이 벌개질 것 같았다.
"네가 훨씬 예뻐."
무심코 고백 해버릴 정도로 기노자의 들뜬 표정이 예뻤다. 한숨쉬거나, 짜증내거나, 공부에 골몰하거나, 고민하거나, 찡그리거나. 그런 얼굴도 좋았지만 들뜨고 상기된 얼굴이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코우가미도 참을 수 없었다.
"손, 안 뿌리칠 거면 키스 한 번 더 해도 돼?"
크게 뜨인 눈이 깜박거린다. 물론 코우가미는 대답을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다. 코우가미의 입술이 다시 닿기 1mm 전, 기노자가 툭 내뱉었다.
"…맘대로 해."
응, 기노.
살짝 벌어진 입술을 핥았다. 맞잡은 기노자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이번엔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코우가미는 또 웃고 말았다. 이번엔 속으로.
―――What can I do 邁進距離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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