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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후시] Love is Psychedelic
제목은 의미없음. 약간의 노멀요소 캐붕주의.
손에 가득한 하얀 수국과 국화, 연보랏빛 장미와 겹겹이 쌓인 꽃잎이 풍성한 리시안서스, 그 희고 보랏빛을 띄는, 부드럽게 피어난 색채의 사이에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연두색의 자그마한 소국.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 번씩 힐끔힐끔 곁눈질하는 아름다운 꽃다발을 후시미는 어떻게 처리해야될 지 난처했다. 냉정과 이성으로 빚어만든 것 같은,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웃고 있던 그녀에겐 그 매끄러운 새틴과 얇고 하늘거리는 풍성한 웨딩드레스도, 이 단아하지만 화려한 부케도 빛이 바랐지만 후시미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들어와도 괜찮은데."
"…신부 대기실에 남자가 들어가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선배?"
"어머. 후시미 군이 그런 예의를 지키는 남자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시비거는 신랑을 두들겨 패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요."
결점 하나 없이 언제나 완벽한 얼굴이 웃는다면 분명 예쁠 거라고 생각했었다. 몇 번이나 손을 내밀었다가 움츠리고, 망설이고, 다른 사람에게 웃는 얼굴을 보며 그저 어쩔 수 없다고 되새김질해야 했다. 부드럽고 아름답게 웃는 그녀는 실로 완벽한 사람이었다. 몇 년 전에 봤던 게 마지막이었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아니 어쩌면 그 때보다 더. 미소짓는 얼굴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워 이미 희미하게 변색된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그녀는 후시미를 설레게 만들었다.
"여전하네. 후시미는."
"사람 어디 가는 건 아니죠."
"그래도 전보다 더 둥글어 진 것 같아. 전에는 조금… 비죽하니 날 서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 아와시마 세리는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뿔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아. 둥글어 진 건 오히려 선배 쪽이잖아요. 예전 같았으면 이런 짓은 하지도 않았을텐데. 장난기는 제로.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냉정해서 동기들이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는 이유로 괜히 트집을 잡던 것을 기억했다. 과 행사나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있어 차질을 빚는 것을 싫어했던 그녀는 학생회를 착실하게 독촉했고 처음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들어왔던 생각없는 신입생들이 하나둘씩 질려하며 떠나는 동안 후시미는 오래동안 남았다. 원래대로라면 선배, 동기, 후배, 과 행사 따위 관심도 없이 강의 시간마다 불리는 '후시미 사루히코'라는 출석에 다른 사람 역시 눈길도 주지 않는 그런 죽은 듯한 생활을 보냈어야 했는데.
"결혼… 축하해요 선배."
누굴 한심하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후시미 역시 그녀를 사랑했고 너무 사랑해서, 그렇다고 그네들과 같은 꼴은 되기 싫어 발버둥치고 대신 오래오래 숨을 죽이고 곁에 남아있는 것을 택했다. 단 한 번도, '세리'라고 그 발음조차 아름다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고 굴리고 생각을 말로 토해낼 수 없어 허공에 숨만을 뱉어내야 했던 그 날들은 이제는 추억이었다.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후시미는 몇 번을 고민해야만 했다. 하얗고 도타운, 부드러운 종이에 음각으로 새겨진 이름을 손 끝으로 훑으면서 그 표정을 보고 누군가도 그랬다.
"아직도 그녀를 사랑해요, 후시미 군?"
우편함에서 가져와 한 번 훑고 탁상 위에 던져놓은 청첩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그는 후시미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글쎄요. 무어라 답해야 될 지 몰라 머뭇거리면 대신 생각보다 다정한 키스가 돌아왔다. 당신도, 그녀를 사랑했잖아요? 아니었을까? 그 말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키스 뒤에 이어진 손길에 또 이끌려 정신을 놓아버렸던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답을 듣기가 두려웠던 것도 같다. 늘 세상에 다시 없을 것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게 대해주면서도 그는 또한 난폭했다. 그 정중한 얼굴에 숨겨진 날카로운 말은 매끄럽게 후시미의 빈틈을 발견하고 찔러넣어져 관통당한다. 시작은 후시미였을텐데 어째서 꼬챙이에 꿰여진 숨만 붙어있는 먹이가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녀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상하고 지리하게 이어진 관계는 처음부터 변할 바가 없고 두려울 정도로 익숙해져 사실 지금 이 자리에 후시미 혼자 서 있는 것도 어색할 지경이었다.
"축하받게 될 줄 몰랐는데, 고마워."
"제가 아무리 성격이 나빠도 축하의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못된 사람은 아닌데요."
"음… 아니, 후시미는 여기에 오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왜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와시마가 그렇게 추측할 근거가 하나도 없어 후시미가 한 쪽 눈을 치켜뜨고 물어보면 아와시마는 조금 곤란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독점욕 강한 애인이 있잖아. 매일같이 자국 남기던, 볼 때마다 자랑하는 건가 싶어서 낯 뜨거울 정도였는데. 아직도 사귀지 않아?"
그런 애인, 있을 리가 없는데. 하려던 말이 무언가에 턱 막힌듯 목에 걸려 나오지가 않는다. 혼란한 머리에서 사고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얼버무리면 아와시마 세리는 후시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너 되게 사랑하나봐."
그 뒤로는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뭐라고 마무리를 짓고 대기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아 식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뿌려지는 꽃잎들, 신랑신부의 입장, 어지러울 정도로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조명, 엄숙한 주례사, 축가, 신랑은 신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합니까? 신부는 신랑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합니까? 영원한 사랑,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는데. 애초에 사랑이 있는 지도 모르겠는데. 사랑. 그 단어만을 후시미는 계속 곱씹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날 사랑할 리가 없잖아. 마음보다 몸이 먼저였고 그 몸이 닿은 의도조차 불순했다. 그녀의 옆에 당연하게 자리잡은 그 여유로운 얼굴이 짜증나서, 도발했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왔고 생각보다 지독했다. 순간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끔찍한 격통, 몸이 꿰뚫리는, 산 채로 잡아먹히는 그 공포, 보이지도 않고 감각조차 없어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어떤 상태로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공황. 핀으로 팔다리가 모두 고정되어 산 채로 해부당하고 있는 개구리처럼 공포에 짓눌려서도 그녀에게서 그를 떼어냈다는 안도감, 내가 갖지 못한 그녀를 가진 남자에 대한 그 치졸하기 짝이 없는 열등감을 만족시켰다. 아마 알고 있었겠지. 후시미의 속셈, 애써 익숙한 척 하던 허세, 여유, 거짓말. 전부 간파했을 테지만 그럼에도 그는 응했다.
아와시마 세리는 무나카타 레이시와 1년을 사귀다 결국 헤어졌다. 그 둘의 관계는 사귀기 전에도, 후에 헤어져서도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후시미 사루히코와 무나카타 레이시의 관계는 달랐다. 학생회 멤버와 학생회장의 관계에서 몸을 섞고 거짓을 속삭이는 관계. 아와시마 세리가 원인이었다면 후시미와 무나카타의 관계도 진즉 끝나야 했지만 모두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몇 년이 흘러 심지어 아와시마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는데도 후시미와 무나카타는 이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관계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줄곧 이어갔다.
이 관계에 도대체 사랑이 어딨다고?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니 후시미는 부케를 들고 서 있었다.
『선물이야.』
색조차 잃은 군데군데 구멍난 흑백의 필름이 드르르르륵 굴러간다. 불안정하게 지직거리며 텅 빈 화면에 아득하게 그녀의 목소리가 재생된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피로연은 참석하지 못하고 가겠다는 말을, 최대한 태연한 척 하며 했던 것 같다. 말, 더듬었던가? 모르겠다. 온전한 소리로 냈는지 아니면 뭉쳐지지 않아 허망하게 흩어지는 형태로 간신히 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던져봤자 받을 사람도 없고, 후시미는 사랑한다고 얘기해주지 않았을 게 뻔하니까 이거라도 가져다 주면서 고백해 보는 게 어때?
『좋아할거야.』
후시미와는 다른 차분하고 조금은 들뜬 목소리가 아득하게 저 멀리서 웅웅 울린다.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억지로 떠넘겨진 어울리지 않는 부케를 받아서, 손에 쥐고, 버스를 타고, 집이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부유하고 날아가고 사라지고 순간순간 뭘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눈을 깜박이면 여전히 싱그럽고 소복한 한무더기의 꽃이 후시미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폐부가 차오른다. 눈을 한 번 깜박일 때마다 형체없는 무언가가 가슴 안에 가득 차올라서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숨 쉬기가 힘들다. 뻐끔거리면서 숨을 갈구한다. 입술이 메말라간다. 얼굴에 닿는 시트의 감촉. 그저께 새로 갈았다. 왜냐면, 그 전날 밤엔 늘 그렇듯 당신과 있었으니까. 온갖 체액으로 눅눅해진 시트의 감촉이 싫어 아무리 피곤해도 시트를 갈고 잤다. 피곤한 성격이라고 당신이 질책했다. 흔적을 남기는 게 두려웠다. 그게 두려우면 다음 날 시트를 갈면 됐을텐데. 푹 패인 흔적, 미지근하게 식은 온기를 손으로 훑었다. 애초에 다른 곳을 가면 되잖아? 모텔이라든가 러브호텔이라든가 돈만 낸다면 주어진 장소는 많은데. 처음이, 집이었으니까. 희미하게 허덕이는 소리로 변명해 본다. 누구에게 변명하는지는 모른다. 그만 둘 기회는 언제나 있었잖아. 아냐. 그 사람은 너무, 무서워서. 상하좌우, 시작과 끝도 보이지 않는 형체조차 파악할 수 없는 곳에 서 있으면 그는 불렀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어감으로 후시미의 이름을 불렀다. 사루히코 군. 괜찮은 겁니까? 처음이죠? 거짓말은 안해도 되는데. 왜냐고는 묻지 않았다. 모른다. 그 공황으로 밀어넣는 것도 건져내는 것도 모두 그였다. 열등감, 우월함, 허세, 거짓말 모든 장막을 찢어내고 손을 내민다. 손을 내민 것은 당신 뿐이었다. 사랑하는 걸까? 사, 라-, ㅅ ㅏ ㄹ ㅏ ㅇ, 사―랑. 어깨가 움찔 떨리는 따끔한 통증과 함께 입 안에서 짭짤한 타액이 고였다. 혀를 씹었다.
그제서야 겨우 후시미는 정신을 차렸다.
그 어색한 낱말, 발음조차 입에 붙지 않아 혀를 씹어버릴 정도의 단어. 그 낯설음 자체가 그와 후시미의 거리였다. 후시미 사루히코는 아와시마 세리를 사랑했다. 닿는 것조차 아깝고 닳아버릴 것 같이 소중하고 보기만 해도 아련해서 울어버릴 정도로. 손 안에 넣으면 부서져 흩어질까, 그것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바라만 봤다. 그 아득한 기억. 빛바랜 감정. 무나카타에게선 그 정도의 애절함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냥, 그냥 어느 샌가 익숙해졌고 끝낼 방법을 몰랐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다시 혼란해져 빨려들어 갈 것 같은 정신이 다급한듯 반복적으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꿰뚫려 낚아채진다. 대롱대롱 그 소리 끄트머리에 걸려 문을 열면 거기엔, 그래 당신이 있었다.
"아와시마 군에게 혼났습니다."
아까부터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온통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떻게 될 지 감도 오지 않는다. 후시미가 들고 온 것보다 몇 배는 풍성한, 향도 색도 화려하기 짝이 없는 촌스러운 장미꽃 다발을 들고 무나카타 레이시는 서 있었다. 여유가 넘치던 표정, 숨소리도 모두 조금식 흐트러지고 무너져서 당신은 차오르는 숨을 억지로 가다듬으며 조금은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하니 눈조차 깜박이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으면 무나카타는 잠시 침묵을 이었다. 그것은 꽤 신선한 경험이긴 했다. 곤란한 표정이라니,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처음 봤던 순간부터 무나카타 레이시는 결점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얼굴이었다. 말은 늘 잘 쓰여진 책의 한 구절을 읽는 것처럼 불필요한 조사도, 앞뒤 맞지 않는 부분도 없었고 생각과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언어들로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 남자가 뜸들이고, 당황하고, 헛기침을 내뱉거나 의미없이 시선을 돌리는 게 신기해서 후시미는 그저 쳐다보다만 보다 입을 열었다.
"결혼식, 안 왔잖아요?"
그것은 후시미 본인도 놀랄 정도로 현실적인 말이었고 말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이었다. 이 남자는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 그 말에 다시 무나카타는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다 입을 연다.
"후시미 군이, 흔들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서 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
"아와시마 군 때문에 접근한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반쯤 노린 것도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아와시마 군에게서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었고."
"사귄다거나, 상대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말을 '제의'라고 표현하는 게 이제야 겨우 당신답네요, 무나카타 씨."
"네. 덕분에 그 때도 혼났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과시용으로 이용당하는 건 질색이라든가. 식은, 다 끝난 뒤에 갔는데 아와시마 군은 보자마자 분명 진심을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혼냈습니다. 여자의 눈은 생각보다 날카롭더군요."
아. 그 말은 분명히 들은 기억이 있는 말이었다. 여전히 침대 한 켠에 놓여있는 소담한 부케와 같이 묻어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후시미 군에게 부케를 안겨줬더니 퍽 잘 어울리더라고. 후시미 군은 차라리 꽃을 주며 고백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가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뼈 아픈 충고도 해줬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정말이네요. 결국 생각나는 게 없어서 장미만 한 다발이지만 확실히 잘 어울려요."
억지로 떠넘겨진 제 품보다 커다란 장미다발에서 달큰한 꽃내음이 훅 풍겼다. 그렇지만 이 꽃 역시 후시미 본인과 어울리는 지는 알 수 없다. 무나카타는 꽤 흡족한 얼굴로 후시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원래부터 그의 사고방식은 후시미가 가늠하긴 조금 힘든 먼 곳까지 바라보곤 했었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고 이건 또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한다. 애초에 왜 이 꽃이 후시미 본인에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무나카타의 말은 하나같이 연결고리 없이 듬성듬성 빠진 것들이었다.
"저는 후시미 군을 좋아합니다. 아주 예전부터, 지금까지. 물론 앞으로도."
"……."
"물론 이제 와서 믿지 않으리란 것도 압니다. 확실히 처음부터 잘못 꿰여져 있었죠. 그래도 그 점은 후시미 군이 감안해줘야 합니다. 저는 의외로 독점욕이 강한 남자였고 후시미 군은 늘 아와시마 군만 바라봤으니까요. 이용은, 제 쪽에서 한 겁니다. 당신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죠. 화를 내도 좋고, 때려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끝을 맺더라도 저는 확실하게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오래 끌었어요. 솔직하게 처음부터 얘기하면 좋았을텐데 그 때라면 후시미 군은 아주 가차없이 절 차버렸을 테니까요. 그건 아무리 저라도 겁나더군요."
사, 라-, ㅅ ㅏ ㄹ ㅏ ㅇ, 사―랑. 아무리 읊조려도 뭉쳐지지 못하고 흩어지는 단어들을 후시미는 생각한다. 좋아한다. 사랑. 좋아합니다. 사랑. 좋아해. 사랑. 혀를 씹을 정도로 생경한 단어.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그 머나먼 거리.
"좋아해요, 후시미 군."
숨이 차오른다. 머리가 어지럽다. 꽃향기가 너무 독해서 기절해 버릴 것 같다. 사랑. 나는, 당신을, 무나카타. 그저 익숙해서, 어떻게 밀어내야 될 지 몰라서, 이름을 불러줘서, 손을 내밀어줘서 그래서―――
"저는……."
목이 메인다. 이 기분, 감정을 마땅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고 입술을 열었다 닫고 마른 목을 축인다. 내밀어진 손은, 잡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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