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타이거 앤 바니 온리전 the NEXT HERO/티6 에 위탁하는 바니타이(우사토라) 소설 구간 및 신간 수량조사를 받습니다. 기간은 12일 목요일 까지이며, 신간은 절찬 원고 중으로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으니 가볍게 해주세요;ㅂ;.... 신간 펑크났습니다 ;ㅁ;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2012년 우사토라 온리전에 나온 구간입니다. 시간 역행 소재, tva 21화 기점입니다.
01.
봄. 나른한 오수의 시간.
바나비는 느릿하게 벽에 걸린 시계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앞을 쳐다본다. 학생들이 반이나 졸고 있는데도 교탁 앞에 서 있는 선생님은 열심이다. 뭐가 혼자 그리 재밌는지 설명을 하다가 웃고 다시 큼큼대면서 수업을 재개한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기애애하게 호응하지만 바나비는 별 생각이 없다.
카부라기 T. 코테츠.
부르기 힘든 이름의 국사 선생은 처음부터 바나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스코트인 듯한 제법 귀엽기까지 한 모양의 특이한 수염과 검은 머리카락, 키는 의외로 크다. 한 180cm 정도? 탁상을 짚은 왼손 약지엔 오후의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신 은빛의 반지가 끼워져 있다. 그런 걸 보지 않아도 아내도 있고 딸도 있다는 사실쯤은 안다. 바나비는 싫어도 알고 있다. 가끔 수업에 왔는데 유독 기분이 좋으면 그 날은 100% 딸 얘기가 나온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우리 딸이 말야, 세상에 나를 아빠라고 불렀지 뭐냐!”
“선생님 그거 옹알이 아니에요?”
“아냐! 내가 확실하게 들었어. 날 보고 ‘파파!’ 이랬단 말야.”
“선생님, 저희 집에도 그만한 조카 있는데요 그거 옹알이에요 옹알이.”
“아니라니까! 너희들 진짜 왜 이러니. 선생님 마음 슬프게!”
비통한 표정으로 그 빛나는 반지가 끼워진 왼손을 연극조로 살포시 가슴에 얹으면 교실에서 산발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학생들과 몇 번의 실랑이를 하는 통에 졸던 애들도 깨어나고 다시 활기를 되찾은 반에 수업이 진행된다.
차라리 그냥 수업을 하지, 수업을.
바나비가 속으로 혀를 쯧, 차고 있으려면 문득 시선이 마주쳤다. 빛나는 그 반지만큼이나 햇빛에 비쳐 반짝거리는 호박색 눈동
자가 잠시 의아한 듯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음을 피워 올렸다. 말끔한 호선을 그리며 접힌 눈꺼풀과 희미하게 드러난 눈동자를 그만, 몹시도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려, 바나비는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버렸다.
그는 늘 인기가 좋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얘들아, 아직 5분 남았거든? 옆 반 수업 중이니까 조용히 해라, 응?”
혈기왕성한 남고생들만 모여 있는데도 그의 인기는 유난히 좋았다. 지루한 수업이 끝나 쉬는 시간이 5분이 일찍 앞당겨진 기쁨을 만끽하며 아이들이 목청 높여 인사를 하면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댄다. 몇몇 아이들이 과장된 제스쳐로 입을 틀어막으면 그게 또 우스운지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 교탁 위에 풀어놨던 시계를 다시 찬다. 와이셔츠 밑에서 나온 늘씬한 손목은 일견 가늘어 보이는 체형과는 달리 그래도 약간 근육이 보이는 듯 했다.
앞자리에 앉은 애가 남은 시간 동안 교과서를 들이밀며 무언가를 질문한다. 고개를 맞대고 그는 차근차근히 설명을 하겠지. 인정하긴 싫지만 애들 말에 의하면, 설명은 잘 해준다고 한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맥락과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 설명해주니까.
물론 바나비는 모르는 게 있어 물어보러 갈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바나비의 취향은 어디까지나 과학 쪽으로 부모님의 뒤를 따라 기계공학을 전공하려고 생각한다. 이런 수업 따윈, 듣지 않아도 교과서 정도면 충분하다. 성실한 척 수업을 듣는 이유는 하나다. 바나비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모범생이고 그가 유독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티를 내는 건 결국 자신의 이미지만 나빠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맞대고 설명 하다, 그는 다시 웃고는 손가락이 긴 그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 했어. 그렇게 칭찬 할까? 바나비는 기억을 더듬어 그 감촉을 상기시켜본다. 커다란 손, 머리를 꽉 누르면서 헝클어트리는 기분 나쁜 감촉. 조금 곱슬이라 매일 아침 빗질하는 것도 일인데 그는 바나비의 찡그린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나비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바나비의 불퉁한 표정에 그가 헝클어뜨리던 바나비의 머리에서 손을 내려놓고 웃었었다. 의외네. 그가 툭 내뱉은 말에 ‘뭐가요?’라고 반문하면 그는 늘 바나비가 신경쓰이게 하는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
- 아니, 아무리 바나비 군이라도 역시 아직은 어린애다 싶어서.
그 말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나빠 긴 복도를 뛰듯이 빠져나왔었다.
“이상, 진짜 수업 종료!”
(중략)
02.
바나비는 뻐근한 몸을 이끌고 열차에서 내렸다. 슈테른빌트였다면 가로등과 온갖 형형색색의 간판들로 번쩍번쩍 빛이 나 어두움을 모를 터건만 플랫폼을 걸어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나비를 반긴 것은 가로등의 빛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짙은 어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계획한 여행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난코스다 싶어 바나비는 살짝 당황했다. 여름의 날벌레들이 파드득 거리는 전등 밑에 낡은 간판이 이 낯선 곳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Welcome to ORIENTAL TOWN’
바나비가 짐을 싸들고 여행을 떠난 것은 상당히 우발적이었다. 집안이 나쁘다거나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다든가 하는 이유가 아니다. 그냥이었다. 그냥.
시작은 아무래도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본 배낭여행 수기였던 거 같다. 간신히 기말고사와 과제의 지옥에서 해방 된 친구들이 삼삼오오 여행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일찌감치도 여름 더위를 먹었는지 전혀 기분이 나지 않았다. 들어온 몇몇 여행 제안을 거절하고 심지어 가족 여행까지 마다한 채 집에서 혼자 빈둥대고 있었다. 지금가지 이토록 할 일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 바나비는 뭘 해야 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무심코 켜 본 포탈사이트엔 휴가철이라 각종 피서지가 잔뜩 광고로 올라와 있었고 몇몇 여행 수기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본 뒤에, 무심코 배낭여행 방법을 검색해 보고는 지갑과 여분의 옷 몇 벌, 속옷 정도를 챙긴 뒤 바나비는 집에서 나왔다.
여름의 해는 길었지만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이미 늦은 오후였기에 그렇게 멀리까지 가는 차는 없었고 이름 정도는 들어 본 곳은 전부 만석이었다. 오리엔탈 타운으로 가는 티켓을 끊은 이유는 좌석이 남은 차량 중 가장 열차가 떠나는 시간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인적조차 없는 컴컴한 역 앞에서 바나비는 자신의 우발적인 과거를 후회했지만 후회한들 뭐하리. 이미 시간은 늦을 만큼 늦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차도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후회는 하지 말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바나비는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발을 내딛었다.
젠장. 왜 그랬지!
바나비는 오늘 오후, 집에서 할 일 없어 뒹굴고 있던 자신을 때려주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는 없었다. 물론 슈테른빌트 한정이긴 했지만. 휴대전화의 전파도 터지지 않고 모두 자는 건지 보이는 몇몇 집의 불을 다 꺼져있었다. 가방에서 셔츠 하나를 꺼내 머리에 뒤집어썼지만 여름 비는 금방 거세져 바나비는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젠장, 젠장,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어도 상황에 변하는 것은 없었다. 바나비는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는 채 낯선 곳에서 헤매고 있었고, 사람은 없었으며, 비는 무섭게도 내리고 있었다. 겨우 벽돌로 만들어진 버스정류장을 찾아 비를 피하면 젖은 몸에서는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졌다. 노란 가로등 불빛 밑에서 반쯤 보이는 노선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으면 길 저 쪽에서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들리고, 곧 있어 헤드라이트의 나란한 불빛이 보였다.
“저기요!”
(후략)
2. Wonderwall/16~20p/A5 중철/2000원
대학생 바나비x소방관 아저씨 AU 설정으로 현재 절찬 원고 중입니다.
대학가 근처에 새로 얻은 방은 평범했다. 복도식 맨션, 가장 끄트머리의 1LDK.원래 집의 제 방보다도 작은 집이 낯설었지만 그래서 맘에 들었다. 제 한 몸 꼭 맞게 들어갈 방 한 칸만 있으면 좋았다.
끝방은 냉난방이 좋지 않은데요. 웃풍이 들어서 난방비가 꽤 많이 나와요. 여름엔 햇빛도 있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철없는 어린 아이를 어르는 것처럼 말했다. 상관 없습니다. 바나비는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냉난방 문제는 별로 상관 없었다.
돈은, 넘칠 만큼 있었다.
저명한 로봇 공학자, 브룩스 부부 별세. 아마 그런 식으로 보도되었을 것이다. 꽤나 큰 화재였다. 연구실이 포함된 집을 싸그리 태워버릴 정도였으니 어련했을까. 갑작스러운 부고에 연구실 동료며, 제자, 부부의 학생시절을 봐왔던 교수들까지 모두 장례식에 왔다. 조부모님들은 일찌감치 돌아가셨고 부부는 형제도 없었다. 혈연관계가 왔다고 해도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형제가 있었으면 조금 나았을까.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 연산식을 상정하고 있으면 누군가 애틋하고 비통한 얼굴로 바나비의 어깨를 두드렸다. 통곡하며 끌어안기도 했다. 불쌍해서 어떡하니.
글쎄요.
무감하게 내뱉었다. 썩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사실 바나비에게 와닿는 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게 멀었다. 눈으로 보지도 못했고,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었으니까. 그 시각 바나비는 랩에 있었다. 과제는 한창이었고, 사흘쯤 철야했을 것이다. 머리 아프고, 숨쉬기도 힘들고, 정신은 멀쩡했으나 온 몸이 무거웠다. 슬슬 자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에 전화가 왔다. 처음엔 듣지도 못했다. 오감이 무뎠다. 지금도 그랬다. 바나비 브룩스 주니어 씨 되신가요? 사무적이며, 조금은 침통한 목소리만이 묘하게 남아 쨍쨍 울렸다.
죄송하지만…….
뭐가 죄송하단 말이지. 당신이 죄송할 건 하나도 없어요. 잘 벼른 냉소가 입 밖에 튀어나가려다 간신히 남은 이성으로 목 언저리에 쌓였다. 유언장, 유산 분배, 보험금, 부모님이 하시던 연구의 뒤처리, 뭐 그런 말들이 오갔다. 끊임없는 소음이 둔중하게 바나비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이 방은 겨우 얻은 안식처였다.
모두 불타 이사할 것도 없었다. 사물함에 있던 전공서 몇 권, 노트북, 그을었는데 동시에 물에 젖어 울어버린 유류품들, 부모님이 가장 처음 바나비에게 만들어 준 작은 로봇 정도. 기적같이 남아버린 그것을 책상 한 가운데에 올려두면 그 다음엔 할 것도 없었다. 기말과제는 거의 막바지였다. 중간고사 성적은 좋았고, 대학 내에는 졸지에 혈혈단신이 되어 버린 바나비 브룩스 주니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바나비의 대학은 부모님의 모교이기도 했으니 누구나 그를 동정했다. 휴학은 일사천리였다. 바나비는 그래서 빈 방에 홀로 남았다.
사방이 고요하다. 낮 시간은 다 그랬다. 저녁이라고 딱히 떠들썩하지도 않았다. 30분 거리로 커다란 대학이 세 개, 일직선상으로 금융 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동네는 사람이 오가는 흔적만 있지 사람을 보긴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몰랐을 것이다. 수도도 잘 나오고, 연식에 비해선 깔끔하고, 벌레도 안 나오고, 가구도 전부 갖춰진 작은 집의 단 한 가지 흠결.
- 또다.
바나비는 눈을 깜박였다. 컴컴한 사위에 안경을 벗으면 모든 형체가 흐릿한 근시니 시각에 집중하는 건 무의미하다. 얕은 잠에서 깬 건 청각 때문이다. 잠깐 그쳤던 물소리가 또 다시 요란하게 쏟아진다.
이 집은 방음이 형편없었다. 집에만 굴러다니고 있으니 잠은 늘었다가 줄었다가 바나비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했다. 낮에는 쥐죽은 듯 조용하고, 밤에는 조금 달그락 거리는 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았으나 간혹 복도 저 끝 누군가가 누굴 데려오는 밤엔 희미하게 애달픈 소리가 울렸다. 그래, 거기까진 바나비도 참을 수 있었다. 집에서 누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무엇보다 행위는 종족 번식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근 2주가 넘게 들리는 새벽의 물소리는.
이웃사람은 꽤나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모양이었다. 언제 나가는지도 모르는데 들어오는 것만은 유독 바나비의 신경을 거슬렀다. 낡은 철제계단을 오르는 조심성 없는 소리, 덜컥 하고 문을 여는 소리, 새벽의 물소리까지. 남자라고 안 건 간혹 울리는 촌스러운 콧노래 때문이었다. 곡은 변하지 않는다. 바나비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던 낡은 팝송. 신새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엉망진창인 음정으로 남자는 노래를 부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릴까, 쪽지를 쓸까 바나비는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