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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페/배신주의1] 후시미 오른쪽 소설 재록 및 신간 안내
1월 31일 동네온리페스타/배신주의에서 나오는 12'~14' 후시미 오른쪽 소설본 재록에 대한 선입금예약과 신간에 대한 수량조사를 진행합니다. 수량조사 기간은 1월 27일까지이며 재록은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그 이후에는 추가 출력이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예약 분량만큼만 뽑아 현장 판매분은 1권 또는 없을 예정이오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중히 생각하시고 입금 뒤 성명과 입금자명(동일한 경우 한번만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예약 부수를 써주세요. 반드시 입금 뒤 수량 조사 폼을 작성해주셔야 하며 기간 마감 뒤 입금이 되어있지 않으면 제가 무척 곤란합니다(...)
수량조사 및 예약 폼은 이쪽☞ http://durl.me/83tmef
+) 입금은 재록 예약자만 하시면 됩니다!
+) 통판 문의를 주신 분이 있어 알립니다.
재록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입금(우편비 +3000)->예약폼 작성시 주소와 우편번호, 연락처와 받으실 분 이름을 쓰시면 월요일에 배송해드리겠습니다.
신간의 경우 기타란에 '통판 요청/(메일주소)'를 써주세요. 행사 전후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 페이지수 증가 및 인쇄 단가 문제로 인해 재록본 가격이 인상되었습니다. 인상분은 현장에서 받거나 추가 입금을 받을 예정입니다. 가격 문제로 인해 환불을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입금자명 및 입금 계좌를 알려주세요. 죄송합니다.
1. Let it Shine/12'~14' 후시미 오른쪽 소설 재록/B6/300페이지 내외/제본/14000
▽입금정보
2012년 12월 동네페스타부터 2014년 3월까지 트윈지를 제외한 후시미 오른쪽 소설 전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나후시, 미사루, 아키후시, 쿠사후시 등 커플링이 중구난방이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추가 수록분은 무나후시 'Let it Shine'으로 샘플은 추가분 발췌입니다.
▽Sample
1.
눈을 뜬다. 빛과 어둠, 채도와 명도 말고는 구분하지 못하는 눈에 비치는 시야가 하얗다. 날씨는 맑은 듯. 대자로 뻗은 사지의 신경을 모두 곤두세운다. 오른손을 한 번 쥐었다 왼손을 한번 쥐었다, 펴기.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린다. 위 아래 오른쪽 왼쪽.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내쉬고, 괜히 한 번 발가락도 꼼질꼼질 움직여 본다.
아, 씨발.
절로 욕지기가 튀어나온다. 진짜 인생 좆같네.
징그러울 정도로, 아직 살아있었다.
2.
“사루, 넌 뭐가 되고 싶어?”
마시멜로우가 말랑하다 못해 끈적하게 녹아내린 것을 스트로우로 휘휘 젓고 있던 후시미는 미사키의 말을,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식어버린 핫초코는 기분 나쁠 정도로 찐득한 단 맛이었다. 쿠사나기는 뭘 만드는 데는 재료를 아끼지 않았으니 정말로 초콜릿을 잔뜩 녹였을 것이다. 얼떨떨한 기분에 입가심마저 실패한 후시미는 혀 뒤로 엉겨드는 불쾌함을 애써 무시하며 화제를 돌렸다.
“너는?”
조금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다만 후시미는 그게 뭔지 몰랐고 그 이상의 관심도 없었다. 학기 초에 내는 장래희망, 진로조사서 같은 것들을 후시미는 늘 빈 칸으로 냈다. 따분하게 학교 같은 걸 계속 다니고 싶진 않았지만 그만두고 뭔가를 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사키는, 미사키도 그랬고 그래서 우리는 같이 다녔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뭐가 되고 싶냐’고? 직업을 얘기하는 거라면 너무 빠르지 않나? 우린 이제 열다섯이잖아. 장래희망을 얘기하는 거라면, 너무 늦지 않아? 그런 건 대여섯살 짜리가 유치원 학예회 때나 귀엽게 할 말이지.
머릿속에 두 가지 의견이 둥둥 떠다녔지만 미사키가 하는 말이기에 후시미는 어느 쪽의 말도 하지 않았다. 미사키가 뭐가 되고 싶다고 하면, 후시미도 그거나 하면 됐다. 우주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나는 우주선을 만들고, 국무총리가 되고 싶다고 하면 나는 정치인이 되면 된다. 미사키의 소원이라고 해봤자 허무맹랑하고 실현 가능성 없는 것들 뿐 이겠지만 미사키가 원한다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면 된다.
“나는 미코토 씨의 오른팔이 될 거다!”
그러나 여기서 후시미는 또 다시 다 식은 핫초코를 마셨고, 이게 지독하게 달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자신을 쥐어 패고
싶었다. 아까보다 기분이 더 나빴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질척했다.
“미코토 씨의 오른팔이 된다니, 진짜 멋지지 않냐 사루? 키도 크고, 이렇게 쿠사나기 씨처럼….”
“네 키는 거기서 끝이야. 20cm는 네가 죽어서 관에 들어가도 못 따라 잡을 걸.”
“야!”
“고작해야 땅꼬마가 뭘 하겠단 거야. 무식하게 배트만 휘두르면서. 포기하지 그래. 안돼. 저리 가. 훠이.”
“아니라고! 클 거거든! 아직 다 클 때까지 몇 년이나 남았어! 그리고 키랑 오른팔은 무슨 상관이야!”
“요컨대 쿠사나기 씨를 꺾겠다는 거군. 쿠사나기 씨는 엄청나게 세고 엄청나게 머리도 좋은데, 네가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냐.”
방금 전까지 했던 생각을 모두 뒤엎고 후시미는 되는대로 미사키를 포기시키기 위해 애썼다. 유치한 비방과 공격에도 미사키는 결국 기어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머리는 네가 맡으면 되지! 우리 둘이 미코토 씨의 오른팔이 되는 거야!”
단 걸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후시미는 속이 울렁거렸다. 명치끝에 눅진한 핫초코 덩어리가 엉겨서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입을 열면 속에서 먹었던 게 전부 치받쳐 올라올 것 같아 후시미는 미사키를 무시하고 숨부터 크게 쉬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사키가 되고 싶은 게 미코토 씨의 오른팔만 아니었다면 후시미는 정말로 그 어떤 것이든 미사키를 도울 용의가 있었다. 후시미 사루히코는 되고 싶은 게 없었다. 갖고 싶은 것도 없었다. 원하는 것도 없었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그딴 게 다 무슨 상관이지. 미사키. 나는, 둘이서 그냥 같이 살고, 같이 밥 먹고, 그냥, 그런…….
“기껏 마실 거 맹들어주니 내 목을 치겠단 얘기라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마, 야타는.”
2층에서 내려온 쿠사나기 씨가 다 마신 머그컵으로 야타의 머리를 한 번 가볍게 찍었다. 으악! 미코토의 오른팔이 되겠단 녀석이 이걸로 아프면 쓰것냐. 야타가 머리를 감싸쥐고 끙끙대고 있자니 왁자한 소리와 함께 호무라의 문이 열렸다. 찬바람이 훅 끼쳐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잠깐 심부름 갔던 카마모토와 안나였다. 문이 열린 김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 후시미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안, 미사키, 나…… 급하게 스툴에서 내려 뒤를 돌면 후시미는 무언가와 부딪혔다. 후시미의 허리께밖에 오지 않는 안나였다. 새빨간 구슬 너머의 눈동자가 물끄러미 후시미를 응시한다.
사루히코.
자그마한 입술이 후시미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쭈삣 소름이 돋은 후시미는 미사키에게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한 채 호무라를 뛰쳐나왔다.
되고 싶은 건 없었지만 되고 싶지 않은 건 있었다.
미코토 씨의 오른팔이 되는 건, 나는, 싫은데.
미사키. 나는, 호무라는―
(중략)
왕의 클랜즈맨이 되면 부가적으로 신체도 강화된다고 한다.
이게 무슨 게임 특수 아이템도 아니고.
인벤토리 창을 열어 방금 획득한 갑옷의 성능을 확인하며 후시미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호무라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미사키는 후시미의 멱살을 잡았다. 야, 내가 잡았는데 왜 네가 그걸 먹어! 그러게요. 확률이 랜덤이라서요. 말도 안된다고 코웃음치며 다 마신 콜라 캔을 한 쪽으로 밀어두고 후시미는 다시 게임에 몰두했다.
새로운 타이틀의 성능을 확인한 건 그 해 겨울이었다. 정말로 후시미는 추위를 덜 타게 됐고 미사키는 반바지를 입고도 돌아다니게 됐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잊어버리기 마련이라 후시미는 결제까지 하고 나서야 제가 왜 이불을 사야했는지 알아챘다.
후시미가 그 때까지 덮던 이불은 한겨울에도 얇은 홑청이었다.
4월부터 5월 사이 후시미는 단말기를 세 번이나 교체했다. 어쩐지 상쾌하게 일어났다 싶으면 단말기 화면은 먹통,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질 않나. 아슬아슬한 지각 끝에 에노모토에게 단말기를 던졌다. “이상하네요.” 지금도 후시미의 귀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말이었다. 멀쩡해요. 후시미 씨가 쓰던 단말기 전부.
“왜 후시미 씨가 쓰면 고장이 날까요?”
8월엔 셉터4 부지 전체의 통신망을 점검했다. 일시적이지만 빈번한 전파 장애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원인은 불명이었다.
9월엔 안경렌즈를 갈았다. 청소년기엔 어떨지 몰라도 성인이 된 이후엔 시력이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안과의사는 후시미의 시력검사 결과를 보며 의아해했다. 압축한 렌즈는 이전보다 두꺼웠고 비싸 후시미의 통장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10월엔 소화벨이 울렸다. 인근의 바이스만편차가 갑자기 폭증하여 분석하던 정보반은 창밖을 보았다. 바이스만 편차가 폭증하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정보반 대원들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실장인 무나카타와 정보 통합 담당인 후시미에게 보고를 올렸다.
한편, 지하의 대련장에선 소화기로는 꺼지지 않는 불길이 치솟았다. 대원들은 멀찍이 피하면서도 화재 진압 이전에 소방서에 별 일 아니라는 전화를 먼저 해야 했다.
현장에 있던 후시미는 보고를 받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당황하고 있었는데 첫째로는 그 불길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스오우 미코토의 것과 맞먹는 왕의 힘이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불길의 시작점이 저였으며, 셋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시미가 의도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시미 군.”
우왕좌왕하는 대원들을 구제한 것은, 그들의 왕이었다. 반쯤 얼이 빠진 후시미가 뒤돌아보면 붉은 불길 너머로 무나카타가 보였다.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자욱해진다. 일렁이는 푸른색이 붉은 불꽃을 잡아먹으며 후시미 쪽으로 향했다.
“침착하세요.”
그게 무나카타가 입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후시미는 꽤 나중에 알았다. 무나카타는 그저 후시미를 한 번 부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무언의 공방전만이 가득하던 둘 사이에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가 성립된 날이었다.
둘의 시선이 오가는 동안 불길은 서서히 사그라들었으나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세 발자국 거리에서 무나카타는 걸음을 멈췄다. 밖으로 새어나가던 힘은 다른 의미로 침착해진 후시미의 머리 밑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정밀 진단을 받아봅시다.”
“사표 써야 되나요?”
“아직, 그럴 때는 아닙니다.”
세 발 자국.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그 거리는 가깝고도 멀다. 무나카타는 뒤를 돌았다. 후시미는 따라가지 않았다.
은왕은 행방불명, 금왕은 자리를 비웠고, 녹왕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으며, 청왕이 모든 걸 관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모든 일은 원인불명의 미스터리였다.
지금은 우리 모두 그 이유를 안다.
(후략)
2. Summertime Sadness/미사루/A5/40페이지 내외/4000~4500원 ->
개인사정상 펑크났습니다 추후 분량 보완해서 웹 연재 할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ㅠ
현대 AU. 평범한 초등학생 야타 미사키와 금단의 골목(...)에서 살고 있는 후시미 사루히코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창가, 여장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ample
비가 후득후득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잠결에 창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몸이 무거워 움직여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지, 잠결이라 모호했으나 아까보다 더 거세진 빗소리 사이에서 이불이 한 번 훌렁 움직이고 눅눅한 비내음 섞인 찬바람이 종아리께를 스쳤을 때 야타는 간신히 눈을 떴다.
“봐, 미사키.”
야타가 눈을 부비며 일어났을 때 후시미는 창 앞에 서 있었다. 가는 빗방울들이 툭툭 튀어 후시미의 얼굴에서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눈썹에 맺힌 것을 후시미가 손등으로 한번 쓱 훔쳐내다가 멈칫했다. 흰 손등에 묻은 물방울이 시커메서 간간이 아주 작은 검은 알갱이들이 그 안을 맴돌았다.
“야, 가서 얼굴 씻고 와.”
“네 얼굴이나 보고 말하지 그래, 미사키.”
후시미의 얼굴이 그 꼴이니 야타도 그리 깨끗한 몰골은 아닐 게 분명했다. 꽤나 깔끔 떠는 후시미가 곧 씻으러 갈 거라고 야타는 생각했지만, 후시미는 비 맞은 그대로 줄줄 흐르는 검댕을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하염없이 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봐봐, 미사키. 후시미는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야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씻지도 않고 그대로 들어와서 엎어졌으니 어둠이 겨우 가신 회색 하늘 밑에서도 바닥은 엉망이었다.
알게 뭐냐. 이 집의 주인은 이미 그저께 이사 갔다. 철거가 한창인 동네엔 주인 잃은 빈집이 많았고 이내 길 잃은 아이들의 안식처가 되곤 했다. 빈 맥주캔, 아무데나 비벼 꺼 눌어붙은 자국이 얼룩덜룩한 벽지와 널부러져 한 움큼 쌓여있는 담배꽁초들, 찢겨진 비닐봉지, 심심찮게 말라붙은 핏자국과 간혹 바람에 담뱃재와 흰 가루들이 흩날리기도 했다. 이런 날씨엔 저 멀리서 이 동네를 보면 동네가 있는 줄도 모르지 않을까. 온통 똑같은 잿빛으로 동화돼서 어디로 스러질지 모르는 곳.
훅 들이친 바람 속에 은근슬쩍 매캐한 탄내가 섞여갔다. 야타는 거뭇거뭇한 제 얼굴을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가 수도가 끊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젠장. 사루! 여기 수도 끊겼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에도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후시미가 움직였다. 모르는 집을 두리번거리다가 화장실 앞에 서 있는 야타의 손목을 낚아챘다.
“나가자.”
야타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후시미는 야타를 질질 끌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후시미의 손바닥이 어느 새 제 팔목을 쥐고도 남을 정도로 크고 아귀가 억세졌다고 감탄할 새도 없었다. 아까보다 더 거세진 빗줄기에 순식간에 머리부터 흠뻑 젖어들었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뭐 어때, 미사키. 끝인데!”
“뭐가? 뭐가 끝인데?”
쏴아아아- 하면서 쏟아지는 비에 번쩍이는 하늘에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까지 후시미의 소리가 너무 작았다. 흠뻑 젖은 얼굴로 마주보고 있노라면 후시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끝이라고! 끝! 끝이야!
뭐가 끝인지도 모르겠는데 자꾸만 후시미는 끝이라고 말한다. 줄줄 흐르는 빗물을 아무리 닦아도 눈이 흐렸다. 후시미는 고개를 치켜들고 세수하듯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야타도 허공에 대고 어푸어푸 세수를 했다. 박박 검댕이 묻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손으로 문질렀다. 흰 티에도 검댕이 묻어 있어 내친김에 야타는 티도 벗었다. 어차피 빨아야 했다. 속옷은 어쩌지. 야타는 허공에 대고 낄낄대는 후시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야! 좀 있다 비 그치면 우리 집 가자!
후시미가 눈을 꿈벅거리다가 좋아! 하고 크게 대답한다. 좋아! 좋아, 미사키. 좋아! 후시미가 방방 뛰는 걸 뭐가 그리 즐거워서 저러나 하고 생각하다 야타는 후시미가 한 번도 제 집에 온 적이 없음을 상기한다. 뿐만 아니라 후시미는 어디에도 가 본 적 없었다. ‘낯선 장소에’ ‘둘만이’ ‘존재해서’ ‘큰 소리로’ 대화해 본 것조차 처음이었다. 후시미가 벗어나지 못했던 거리는 낮에는 침묵의 지배하에 있었고 그 공간에 속한 모든 물질이 소리를 빼앗긴 것 같은 동네였다. 밤새 종달새처럼 지저귀던 사람들은 하루치의 말소리를 소진한 것 마냥 입을 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후시미는 지난 새벽 막 빠져나왔다.
거기까지 상기하고 나니 야타는 후시미가 말하는 ‘끝’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머리가 좀 굵게 여물면 유년의 종말, 인생의 전환점, 영겁 같은 굴레로부터의 해방 등 그럴듯한 수식어로 치장된 이름 하나쯤 붙일 수 있겠으나 당시엔 그냥 끝이었다. 그냥, 후시미는 이제 나랑 같이 계속 놀 수 있겠구나 하는 순진무구한 생각만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매캐한 탄내와 검댕을 빼고 소실은 완벽했다. 잿더미가 되지 않은 건 후시미 뿐이었다. 온 거리를 붉게 물들였던 화염은 이젠 한 가닥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루.
야타는 멍하니 아까 후시미가 창 너머로 보던 곳을 바라보았다. 후시미를 못살게 굴었던 흰 싸구려 샌들의 아가씨도, 야타를 보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서 ‘어린 애는 이런 데 오면 안되지’ 하고 사탕이나 내밀던 아줌마도, 거리에 어울리지 않게 늘상 주눅 들어 있었던 그 누나도 전부 재가――.
욱―.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신물을 야타는 웩웩거리며 그대로 뱉어냈다. 깜짝 놀란 후시미가 숙인 야타의 등을 두드리며 다급하게 묻는다. 야, 왜 그래? 아까 연기 마셨어? 속 이상해? 머리 아파? 미사키, 괜찮아?
번쩍, 천둥이 비친 그 순간에 숙인 채로 마주 본 후시미의 얼굴은 태연했다. 괜찮아? 그건 야타가 후시미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야타는 후시미가 무서운 건지 불쌍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해가 떴을 시각인데도 주변은 여전히 구름 때문에 흐렸다. 그 사이에서도 후시미의 얼굴은 하얗기만 하다. 핏기가 쑥 빠진 얼굴로 후시미는 야타의 손을 꽉 잡았다.
“비가 그치면 가자.”
야타는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후시미가 눈을 한 번 깜박 하니 눈가에 맺힌 물방울이 데굴데굴 흘러 뺨 사이에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게 눈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야타는 후시미의 손을 맞잡았다. 울지 않으면 그건 후시미가 이상한 거였다. 그리고 야타는. 선량한 야타 미사키는 세상에 남을 위해 눈물 흘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1.
아스팔트의 뜨거운 복사열에 아지랑이가 어지러울 정도로 피어난다.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몸에 열이 많은데 그것조차 내뿜을 길이 없는 여름이 야타는 싫었다. 땀이 비처럼 쏟아져 뚝뚝 떨어지는 마당에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맘이 그득해 야타는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두껍고 낡은 천막이 찢어져 가려진 부분을 조금씩 드러내는 길은 이 낡고 낮은 동네에서도 가장 낮고 가장 화려한 곳이었다. 낮이면 죽어있다 밤이 되면 일제히 남사스러울 정도의 분홍색으로 변하는 거리의 용도는 야타가 어림하기엔 너무 멀었으나 부정과 금기의 장소임은 확실했다. 칼을 들고 설치는 깡패들을 빗자루 하나로 쫓아버릴 수 있는 옆집 아줌마도 옆에서 찬물 한 대야를 뿌리는 엄마도 절대 가면 안되는 곳이라며 신신당부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너무 멀었고 야타의 집은 그 거리의 뒤였다. 매번 돌아가야 하는 것조차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거리의 금기는 강했으나 오늘은 정말, 미친 듯이 더웠다. 아주 죽을 것 같이. 정말 너무!
저도 모르게 강조하는 것은 오늘의 더위가 터부를 깰 만큼 적합하고 타당한 변명이 되는지 되새기기 위한 어린아이 특유의 영악함과 두려움이다. 거리를 가로지르려 하는 이유의 반쯤이 호기심과 호승심이라는 사실을 야타는 인정하기 싫었다.
여름이 한 두 번은 아니었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3번, 기억하는 6번, 도합 9번. 이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는 게 6년째였으니 10번째 여름이라고 지름길이 반드시 필요한 법은 아니었으나 하필이면 그 날 학교에서 거들먹거리길 좋아하는 녀석이 그랬던 것이다.
“야, 나 거기 지나왔다!”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거기’가 어디인지 금세 알아챘다. 남자애들은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들었고 여자애들은 지들끼리 얘기하면서도 계속 흘긋흘긋 뒤를 쳐다 보았다.
어른들은 ‘거기’를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려했다. 가끔 아이들이 그 곳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가르쳐주려던 남자들도 있었으나 동네 어느 여자든 그런 꼴을 보면 가만두지 않았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남자보다 여자가, 그 거리에 대한 멸시는 실로 대단했고 이 동네의 엄마들은 모두가 억척스러웠으므로 그 어떤 남자도 누군가의 엄마는 이기지 못했다. 제 아무리 흥미로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불행히도 공간은 고정된 물체였다. 사람들이 쉬쉬하고 억누를수록 아이들의 호기심은 증폭되었고 그 거리는 따라서 모든 아이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이기도 했다.
“어땠어? 뭔데?”
“거기 가면 안 되지 않아?”
“얘기하지 마!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별 거 없었거든!”
책상을 에워싼 남자아이들의 질문이 은밀하게 들뜨자 교실 앞에서 누군가 악다구니를 쓰고, 오늘의 주인공은 크게 소리쳤다.
“별 거 없더라니까. 진짜야.”
거짓말! 누군가 외친 그 말은 반 아이들 모두의 심경을 대변한 말이었으리라. 그 거리에 아무것도 없을 리가 없었다. 정말? 정말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지만 맥 빠진 얼굴로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짜. 쥐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더라.”
“사람 없어?”
“한 명도 못 봤어. 근데 좀 이상해.”
“뭐가?”
대낮에 사람이 없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동네의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찌개를 데우고 찬밥을 퍼먹는 게 익숙했다. 간혹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아이들은 그네들이 밥을 차려줬다. 아빠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아빠를 어색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른 지역의 공사장까지 가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빠가 없는 대신 그 애들의 저녁반찬이 조금 더 많다는 사실도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집이 전부 이상했어.”
“어떻게?”
“다들 슈퍼같이 생겼는데 벽이 전부 유리야.”
“유리? 그럼 안이 보여?”
“아니. 커튼 쳐놨던데. 엄청 두꺼운 커튼.”
“뭐야, 진짜 시시하네.”
“저녁에는 되게 밝던데.”
“저녁에만 사람이 사는 거 아냐?”
“그런 게 어딨어?”
“혹시 귀신이라든가?”
에이, 귀신이 불 켜고 살아? 아냐, 거기 사람 사는 거 맞아. 그 앞에서 내린 사람들이 다 거기로 들어가던데? 맞아, 나도 봤어. 나오는 건 못 봤지만.
옆자리 짝이 야타의 팔을 툭 쳤다.
“넌 거기 누가 사는지 아냐?”
궁금하지만 야타가 움직이지 않아 차마 미동도 못한 모양이었다.
“…관심 없어.”
놀란 표정을 수습하며 그렇게 답했지만 야타의 귀는 내내 한 무리의 아이들이 떠드는 곳으로 향해있었다. 수업 시간의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고, 화제는 금방 다른 곳으로 넘어갔지만 하교할 때까지도 야타의 머리는 미지와의 조우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후덥지근하기 짝이 없는 바람에 펄럭펄럭, 낡고 묵직한 천막이 두터운 소리를 내며 살풋 안을 드러냈다. 고작 그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움찔 어깨가 튀었으면서도 야타는 찰나로 스쳐간 거리를 보았다. 심호흡을 하고, 그래도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어 천막이 슬쩍 올라가는 순간, 야타는 냉큼 눈을 감고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떴다.
(후략)
3. Beautiful Stranger/쿠사후시/A5/20페이지/2000원/R19
2와 설정을 같이 하지만 단독으로 보셔도 전혀 문제 없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하게 둘이 수위에 걸맞는 짓(...)만 합니다.
▽Sample
1.
쿠사나기는 흡연가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굳이 따진다면, 끽연가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클래식과 아날로그에 절대적인 신념을 가진 독특한 취미의 남자는 그래서 삼촌의 바를 물려받을 때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털어 가게 인테리어에 썼다. 한 세기의 손때가 묻은 원목 테이블과 스툴을 통으로 들여왔다. 세관을 통과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등도 갈았고 글래스도 발품을 팔았다. 술에 관해서는 삼촌의 안목도 만만찮아 쿠사나기는 별로 건드릴 게 없었다.
한 동안 쉬고 있던 가게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새로 오픈 했을 때 옛 주인을 알던 사람들은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 어머,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묘한 탐색전이 흘렀다. 길가 어디에 있는 큰 술집이라면 모를까 열다섯 평 남짓한 구석의 칵테일 바는 외지인을 상대하는 장사가 아니었다. 한 없이 열린 것 같은 화려한 유흥가라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낯선 자를 철저하게 배척하는 거리였다. 쿠사나기는 그럼에도 생각보다 금방 자리를 잡았다. 장사수완은 꽝이었어도 나름대로 접객에는 소질이 있던 삼촌의 휘황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쿠사나기의 성정이었다.
주 고객이 되는 여자들은 개처럼 깔아뭉개고 박아 대며 제가 주도권을 가졌다며 만족하는 수캐들과는 다른 쿠사나기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가장 은밀하고 섬세하게 의중을 파고드는 예리한 칼날을 시간을 들여 연마한 그녀들은 누구보다 상대에게 기민하다. 겉으로는 사탕처럼 달게 굴어도 속으로는 냉정하게 잇속을 따질 줄 아는 남자는 결코 그녀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고로 쿠사나기의 바는 늘 휴일을 즐기러 온 여자들이 가득했다. 저들이 상대를 다루는 만큼 정중하게 저들을 다뤄줄 남자는 흔치 않았다. 스물여섯이라니, 겉보기엔 꽤 어린데도 잘만 논다면서 어디 가서는 빠지지 않는 쿠사나기를 막내 취급하곤 했다. 때때로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머물러 있는 손님도 있었다. 그녀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대가로 한 대를 얻어 피면, 거래는 성립이다.
모든 일의 반점과 온점이 되는 한숨의 시간을 쿠사나기는 사랑했다. 묵직하고, 부드럽게. 그런 종류를 쿠사나기는 좋아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종류만 오래 고집하진 않았다. 쿠사나기 이즈모는 모든 애호가가 그러하듯 수집과 탐색의 열정도 지니고 있었다. 수천 가지의 술, 수천 가지의 담배. 인간의 가장 은밀한 부분과 함께 해 온 도구를 그는 결코 천대하지 않는다.
그녀들이 피는 담배는 모두 달랐다. 편의점에 걸린 수십 종을 쿠사나기는 아마 모두 펴봤으리라. 잘 정리된 네일과 잘 어울리는 길고 슬림한 형태, 흰색, 갈색, 검은색, 혹은 빛을 오로라처럼 반사하는 펄지로 포장된 것, 코르크 필터, 입술이 달작지근한 초콜릿과 체리, 부드러운 코코아와 바닐라, 싸한 민트, 첨가제의 들큰한 냄새와 그렇지 않은 것들의 쓰고 무거운 향, 구깃한 소프트팩과 세련된 슬라이드 형태까지. 그 중 맘에 드는 게 있으면 한동안은 그것만 즐겼다.
최근에 쿠사나기가 꽂힌 것은 납작한 케이스의 러시아 담배였다.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계피의 뒷맛이 느긋하게 감겨드는 맛이 독특한 이 담배를 추천해 준 건 지난달에 같이 잤던 여자였다. 서른이 갓 넘은 여자는 나이답지 않게 어려보이는 얼굴에 그 이상의 관록과 원숙미를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엄마나 누나처럼 굴다가도 갑자기 여동생처럼 꺄륵대며 해사하게 웃는 얼굴은 산전수전의 베테랑만 모여 있는 거리에서도 톱을 달릴 만했다.
"자기는 맨날 있어 보이는 남자처럼 굴지만 이런 것도 귀엽잖아."
그렇게 말하며 내민 게 어린애 장난감 마냥 색색깔로 포장되어 필터까지 가면 삐까한 금색으로 덮인 이거다. 순수한 원색이 퇴폐의 상징을 요란스럽게 감고 있는 게 부조리의 극을 달렸으나 의외로 가볍지 않은 맛인 게 맘에 들었다. 그 뒤로 두어 번 가게에 더 온 그녀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같은 걸 입에 물고 있는 쿠사나기를 볼 때마다 깔깔댔다. 추억에 젖고 싶은 맘은 없었으나 그런 걸 빨고 있으면 풍선막대라도 불고 있는 기분이라 쿠사나기도 재밌었다.
이 만화경 같은 담배의 단점은 물량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정발 되었어도 극소수의 수량에 매장도 한정, 가격은 두 배 정도라는 것이었다.
(중략)
완벽한 거절이 후시미의 안에 있었다. 열린 틈 한 곳 없이 닫힌 건물을 쿠사나기는 상상해 보았다. 녹슬고 휘어 잡아 당기면 끼익끼익하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창문, 칠이 벗겨지고 금이 간 외벽, 묵직한 자물쇠 걸린 자욱 그대로 먼지 쌓인 셔터. 철거 직전의 방치된, 버려진 폐허.
“왜 아직도 있어요?”
앞에서 서성이는 쿠사나기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교대자가 올 때까지 족히 세 시간은 흘렀을 것이다. 그 사이 쿠사나기는 새로 산 스무개피의 담배 중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을 차례대로 돌아가며 피웠다. 이 원색의 담배가 갖는 부조리는 가장 끝까지 명징했다. 전부 새까맣게 태워 마지막에 버려지는 반짝이는 금색. 평소였다면 안주머니에 휴대용 재떨이가 있었을텐데 자기 전에 아무 옷이나 걸치고 나온다는게 이랬다. 구겨진 금빛에 오늘따라 죄책감이 들 지경이었다. 바닥에 비벼 끈 담배꽁초에서 시선을 돌려 쿠사나기는 후시미를 바라보았다. 불그죽죽했던 얼굴은 이제는 시퍼렇게 멍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픈 데도, 한 번의 조소와 경멸로 후시미는 그 갑작스러운 기습을 그대로 흘러 넘겼다. 열일곱 혹은 열여덟. 이 거리의 열일곱은 누구도 그렇게 숙련되지 못했다.
“이름이 뭐에요, 손님?”
뭐였지. 한 번 얘기는 한 것 같은데. 하지 않았어요?
쿠사나기가 버린 담배꽁초를 발끝으로 재보며 후시미는 묻는다. 어이구, 많이도 피셨네. 후시미는 금색의 꽁초들을 꾹꾹 짓밟다가 아무렇게나 발로 멀찍이 밀어놓는다. 후시미의 바지 밑단이 짤뚱했다. 얼핏 보면 8부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냥 키가 커 바지가 짧아진 것뿐이었다. 쿠사나기는 수그리고 있는 정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쿠사나기 이즈모. 그렇게 말하면 후시미가 고개를 든다. 회색의 눈동자가 여명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쿠사나기 씨.”
마주친 눈동자에서 익숙한 탐색전이 느껴졌다.
“쿠사나기, 이즈모.”
후시미는 신중하고 민감하게, 이 거리의 여자들처럼 쿠사나기를 읽고, 말했다.
“저랑 잘래요?”
문이 반쯤 열린 듯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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