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와 저의 트윈지인데 9월부터 진도가 나가고 있었습니다만 둘 다 현실에 치여 마감이 23시간 남은 지금도 마감이 되련지 불투명한 바, 일단 수요조사부터 받고자 합니다....ㅠㅠㅠ 내일 마감 맞추면 바로 넘겨야 되는데 수량이 감이 안 잡혀서요ㅠㅠㅠ
원래 예정에서 상당 부분 쳐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페이지 수는 40페이지 이상 정도로 내일까지 마감을 한다면 떡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40페이지를 안 넘게 된다면 당연히 카피본으로 나갑니다.
가격은 5000원은 안 넘을 예정이고 만약 마감을 맞춘다면 상세한 내용은 목요일쯤 올리겠습니다.
마감기한을 넘긴다면 이 원고는 2월 우타케이 온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ㅠ 잘 부탁드립니다ㅠㅠㅠ
미사키가 후시미를 감금하고 사망 소재가 들어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팬분이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Sample
정적은 언제나 야타 미사키를 움츠리게 했다. 헤드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그것만으로도 구원의 가치를 지닌다. 후시미는 그런 야타를 보고 쓸데없는 데 집착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야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리지는 않았다.
호무라는 정적을 두려워하는 야타에겐 최적의 장소였다. 언제나 소란스러웠고 활기찼다. 가장 동경하는 남자는 침묵을 지켰지만 그는 존재만으로도 야타를 꽉 차게 만들었다. 그 긍지가 제 안에도 있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댔다. 이제 두려울 것은 없었다. 야타 미사키에겐 언제나 동료가 있고, 소리가 있으며, 언제 어디서라도 기백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왕이 있으니, 있었는데——.
“쿠사나기 씨!”
쾅쾅쾅, 아무리 흔들어도 저 너머에 달린 종이 아래위로 정처 없이 짤랑대는 소리만 들릴 뿐 문은 열리지 않는다.
몇 달 째 호무라의 본거지였던 바(Bar) 호무라는 휴업 중이었다. 모든 게 일단락 된 그 겨울 이후 호무라는 순식간에 분해되었다. 그 예전의 청의 클랜처럼 힘이라도 남아있으면 모를까 힘조차 없는 팀은 순식간에 목적을 잃고 의미 없이 둘러 앉았다. 쿠사나기는 처음부터 해산을 제안했지만 강하게 반발했던 건 야타였다.
“미코토 씨가 있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일이라구요!”
“하지만 야타…….”
무언가 말하려던 쿠사나기의 소리는 야타의 의견에 동조한 무리들의 시끌벅적한 반발에 묻혔으나 곧 쿠사나기의 뜻대로 되었다. 호무라에서 유일하게 참모 역할을 맡고 있던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뒷골목에서 한 위치하고 있던 호무라도 석판이 부여한 왕의 힘이 없으면 사실은 경험 부족하고 패기만 넘치는 오합지졸의 무리라 이내 지금까지 마찰이 있었던 모든 패거리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잠깐 누군가 안 보이면 어디 끌려가서 맞고 오기 일쑤인데다 살상능력을 가진 총까지 나타나면 대안이 없었다. 싸움은 늘 끊이지 않았고 해결은 언제나 어려웠다.
간혹 청의 클랜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의 왕이 엄선해 만든 최정예 부대도 아닌, 일반 소대원들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소란에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휘휘 검이나 저으면 그토록 난항을 겪고 수세에 몰려 있던 싸움도 금세 해결되었다.
“언제까지 왕도 없는 클랜을 우리가 뒤처리해야 되는 거야?”
제복을 입은 누군가가 그렇게 툭 내뱉었다.
“이 자식이!”
야타는 머리보단 언제나 행동이 앞서던 사람이었다. 가뜩이나 자존심도 상하는 마당에 순간적으로 머리에 열이 올라 야타는 녀석의 멱살을 쥐고 세게 후려쳤다. 처음에는 공무 중인데다 이제는 일반인을 상대라는 제약에 머뭇거리며 일방적으로 맡기만 하던 셉터4의 대원들도 야유와 비난에는 별 수 없었나보다. 말리려던 누군가가 또 얻어맞고 밀치고 때리고 그러다가 전부 뒤섞여 호무라와 다른 무리들이 싸우던 공터는 이제는 또 다른 이들과의 싸움터가 되었다.
“이게 뭐야?”
싸움이 일단락 된 것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였다. 명백하게 비꼬는 읊조림, 깔아보는 눈에는 경멸이 그득한.
“후시미 사루히코!”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발견한 호무라의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막 무릎으로 복부를 걷어차인 참이라 숨쉬기가 버거운 와중에도 그 이름은 똑똑히 들려 야타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서로 치고 박는데 여념이 없던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고요가 깔린 공터에서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재미 좀 있으신가? 어쩐지 후딱 해치우고 와야 될 게 아직까지 안 왔다는 해서 순찰 나온 김에 봤더니. 응?”
흙투성이의 제복을 툭툭 털어내며 순식간에 정비를 갖춘 대원들이 허겁지겁 사열하고는 침묵한다.
“이 일은 실장에게 보고하도록 하지. 따라와.”
그리고 정말로, 모든 것은 순식간에 종결되었다. 후시미가 무리들을 끌고 사라진 뒤 온전히 적막해진 공터. 그것이 호무라의 마지막이었다. 반발에도 상관없이 쿠사나기는 호무라를 해산시키고 본거지가 되었던 그의 가게 문도 걸어 잠갔다. 사실 쿠시나 안나의 문제도 있었다. 스트레인 중에서도 강력한 그녀의 힘을 탐내지 않는 스트레인 조직이 없을 리 만무했다. 다른 클랜들마저 그녀를 노리는 판에 단순한 일반인이 되어버린 호무라만으로는 턱없이 힘이 부족했다. 셉터에 그녀를 맡기자는 의견도 있긴 했지만 언제 그녀를 되찾아 올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었기에 어딘가에 그녀를 숨기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지시한 것은 역시 쿠사나기로 야타에게도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라고 했다.
이제, 야타 미사키에겐 다시 침묵만이 남았다.
(중략)
지하창고는 당연하지만, 창고다.
1층이지만 창고까지 있으니 사실 수납공간은 굉장히 넓죠.
부동산 중개업자는 그렇게 말했지만 야타의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옷가지 두 박스, 살림살이 두 박스 정도가 전부였으니 창고에 들어올 일도 없었고 정리한 적도 없어 며칠 전 처음으로 들어와 본 지하실은 엉망이었다.
마감이라곤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 을씨년스러운 창고에 끈기 없는 누군가 타일을 붙이는 장대한 작업을 시작했던 모양인지 한 쪽 벽에는 붉은 타일이 발라져 있었다. ‘끈기 없는’ 이라고 야타가 사족을 덧붙인 것은 딱 한 쪽 벽만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치우기도 귀찮았는지 타일본드 통과 남은 타일이 덩그러니 먼지 쌓인 채로 그 밑에 처박혀 있었다. 그 외에도 한 쪽 바퀴가 부서진 여행가방,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삽, 부서진 각목, 녹슨 못이 잔뜩 들어있는 작은 통, 흙이 잔뜩 묻은 작업복, 개중에 그나마 새것인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목장갑 – 야타는 주인이 사놓고 잊어버린 것이라 추측했다. 작업복에 덮여 보이지 않았으니 - 같은 것들이 한 쪽에 그득 몰려 있었다. 누군가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사람일 지도 몰랐다. 몇 번 들척거리다 말았지만 그 밑에 깔린 잡다한 것들도 죄다 그런류의 것이리라.
이런 찰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공간에 야타는 후시미를 던져 놓았었다.
그 때는 청소를 할 의리도 기력도 없었고 이곳이 사람이 생을 연명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장소라는 걸 깨달은 것도 이틀 정도가 지나서였다. 피부가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고서야 야타는 안 쓰던 두꺼운 담요를 꺼내 후시미에게 덮어주었다. 보온의 효과는 있는지 새파란 얼굴은 다시 하얗게 변했지만 이번에는 팔이 부러져 벌겋게 열이 오르기도 했다. 파랗고 하얗고 발개지기도 하고,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야타는 더 이상 후시미의 안색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무어라 말하는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바싹 말라 거스러미가 올라온 입술이 힘겹게 뻐끔거린다.
“뭐라고?”
“…병…신.”
갈라진 목소리로도 바람 빠지는 큭, 하는 비웃음이 선명하게 들린다.
“……네 입에서 쓸 만한 소리가 나오길 기대한 내가, 그래, 바보지.”
야타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져다 대었던 고개를 들고 쟁반에서 제 몫의 접시를 들어 숟가락을 손에 쥐었다.
“먹으려면 먹든가.”
고개를 들기도 힘든지 바닥에 한참을 누워있던 후시미가 겨우겨우 상체를 컵에 물부터 따른다. 오른쪽 팔이 박살났으니 쓸 수 있는 건 왼쪽 뿐. 척 보기에도 부어오른 오른팔 대신 왼팔을 내밀면 들춰진 소매 끝 사이로 보이는 손목에는 딱 하루뿐이었는데도 쓸린 듯한 생채기와 얇은 선 모양의 울혈자국이 생겨있었다. 쓸데없는 저항의 흔적이라 야타는 꼴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왼손도 성하지 않아 손이 덜덜 떨리는 바람에 회색의 시멘트 바닥에 진한 물 얼룩이 번진다. 손가락 사이사이, 손목을 타고 제각기 흐르는 물방울을 시선으로 쫓는다. 그토록 허기가 졌었는데도 야타는 식사보다는 기계적으로 손을 놀리며 후시미에게 집중했다. 반복해서 두 컵까지 마신 후시미의 메마른 입술에 겨우 물기가 반사된다. 거기까지가 벌써 야타가 제 접시의 반 정도를 먹었을 때였다. 한 쪽 눈은 부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안경도 없고, 입 안은 모르긴 몰라도 다 터졌을 것이다. 흙투성이 얼굴에 갈색으로 말라붙은 핏자국이 점점이 보였다. 부러진 팔은 열이 바짝 올라 시큰거리고 정신도 혼미할 테고, 다리도 금은 가지 않았을까. 제가 행한 것들의 빈도와 세기로 어림잡아 추측한 것만도 그러하고 실제 후시미의 몰골을 보면 그것보다 더 심한 부상일 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시미 사루히코의 입은 열리기만 하면 야타의 속을 득득 긁는 말만 해대니 야타 또한 행동이 고와질 리는 없었다.
컵을 내려놓은 후시미가 이번에는 숟가락을 잡는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조차 아주 느릿해서 프로그래밍 된 로봇과 비슷했다. 부자연스럽게 뻣뻣한 팔이 접시로 향하다 멈추고는 기이하게 인상을 찡그리며 야타를 올려다본다.
“뭐야.”
“…….”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편식 하냐? 그냥 먹어.”
후시미의 편식을 야타가 모를 리는 없었으나 알면서도 일부러 넣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편식하는 후시미가 야타는 우스웠다. 키는 야타보다 컸지만 여전히 그는 열다섯이었다. 야타와 밥그릇을 몇 번 힐끔이며 번갈아보던 후시미가 기어이 숟가락을 내려놓자 야타는 미묘한 우월감을 느끼며 웃었다.
야타는 최근에 와서 ‘화가 나면 머리가 차가워진다’라는 문장을 체감하게 되었다. 머리는 전에 없이 이성적이었고 차분했으며 야타 미사키는 여느 때와는 달리 제가 어떻게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게 어른이 되는 걸까? 거기까진 모르지만 적어도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후시미에 비하면 백 배 낫다고 생각한 제 안 어딘가의 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한 것은 누구보다도 본인이었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성장이라기 보단 상실에 가깝다는 사실을 야타는 몰랐다.
야타 미사키의 미덕 중 하나는 집중이었다. ‘야타 미사키’와 ‘집중’은 때로는 행성과 행성의 거리만큼 멀어보였으나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그의 성질을 생각한다면 쉬이 납득할 것이다. 집중하는 사안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가끔 자기 자신조차 잃어버리는 맹목적인 야타 미사키가 그 어느 때보다 객관적이라니. 그것이 정상일 리 없었다. 오히려 정상이 아닌 축에 가까웠지. 그 일례로 야타는 현 상황을 명료하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원인도, 결과도, 도덕적 판단의 기준도 모두 잃어버린 채로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