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나기 오빠 오른쪽도 좋아합니다 미코쿠사 굿맨 그러나 오피셜은 미코타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인하고 만나서 그냥 종이에 끼적였던 걸 텍스트로 옮겨 놓은 파일(...)을 발견했다
이 폴더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엄청 많다. 살짝 성인요소 있음
바 호무라의 2층은 스오우의 공간이다. 스오우의 공간이라 해도 처음부터 그의 방이었던 것은 아니다. 쿠사나기가 초반에 생활하다가 그에게 넘겨준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방의 가구는 전부 쿠사나기의 눈에 익은 것이었고 배치도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삐걱거리지만 아직 쓸만한 낡은 침대, 작은 옷장, 삼단 간이서랍과 커다란 거울이 딸린 화장대가 침대 옆에 있었다. 작은 방에 옹기종기 밀어넣는다고 넣었지만 그닥 안정감 있는 배치는 아니었는데도 모든 게 그대로였다. 스오우는 원래 모든 것에 무관심한 남자였고 불편하다 해도 손 한 번만 까딱하면 될 것을 그저 불편함을 감수하는 쪽을 택하는 남자였으니 그리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물론 그 스오우 미코토가 청소를 할 리도 없으니 방의 청소 역시 쿠사나기의 몫이었다. 내가 니 보모인가? 성질을 내며 걸레를 던져고 스오우는 미안한 기색만 잠깐 내비칠 뿐, 쿠사나기가 닦달을 할 때가 되어서야 미적미적 움직였다. 이쯤되면 정말 엄마인지 애인인지. 전에야 그래도 스오우보다는 말 잘 듣는 토츠카가 있어 열에 한 번은 토츠카가 했지만 그 이후로는 쿠사나기를 제하면 2층엔 청소를 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 2층에 두텁지는 않아도 먼지가 쌓여있단 생각이 퍼뜩 들어 오늘 오후에 싹 한 번 말끔하게 닦아놨더랬다.
그렇게 해두지 말 걸 그랬다.
"으…야, ㅇ,임마, 미코…토…!"
날개뼈가 으스러지도록 손 끝에 힘을 줘 뭉친 근육이 아프다. 니 어리다고 유세하나? 목소리를 쥐어짜내 태연한 척 물어도 스오우에게서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대답 대신 치고 올라오는 허릿짓에 쿠사나기는 헛숨을 들이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말끔하게 청소하고 환기까지 싹 해 겨울의 청아한 바람이 들어찬 방 안이 어느 새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버겁고 뜨거운 공기고 가득차 안으로 들어왔다가 단숨에 흩어져 나간다. 뻐끔거리며 간신히 들이쉬는 숨에 기도가 타들어가는 것 같이 뜨겁다. 온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목이 뻐근하고 모든 게 버겁지만 가장 아픈 쪽은 역시 스오우의 손가락이 꽈악 누르고 있는 등이다. 이제는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는 등의 통증을 애써 잊으려 하며 - 사실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곧장 미코토가 치고 왔으니 - 쿠사나기는 몸에서 힘을 뺐다. 근육이 굳어 있을수록 손해를 보는 건 이 쪽이다. 어린 애들 놀음에 놀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적당히 자기 보전은 해야되지 않겠는가.엉망진창으로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얼굴을 스오우의 목 아래에 묻으면 미적지근한 땀에 꽉 잡은 손이 자꾸만 흔들리며 미끄러진다. 말 한 마디 오가지 않는 관계가 처음은 아니었으나 쿠사나기가 스오우의 시선을 눈치챈 것은 처음이었다. 올려다 본 얼굴은 명확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 얼굴이 비치지 않는 밝은 눈동자가 무겁게 가라앉아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쿠사나기는 머릿 속으로 익숙한 방의 구조를 생각했다. 스오우의 열에 달아오른 공기에 이제는 독이 스며들었나 혀 뒤 쪽이 써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애정이라든가 그런 관계는 아니다. 스오우는 어느 쪽으로든 분노를 뿜어낼 곳이 필요했고 그를 받아주는 건 예전부터 쿠사나기의 몫이었다. 모든 게 쿠사나기의 몫이었다. 그리고 이제 스오우는 강요하고 있었다. 그를 받아주는 유일한 사람에게 타타라의 빈자리를, 누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말라붙어 아플 정도인 목구멍을 간신히 벌려 쿠사나기는 말을 뱉었다.
"고마해라, 니."
"…뭐가?"
그제야 한 번, 쿠사나기에게로 향한 눈에 쿠사나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다, 암것도. 그래 니같은 멍청이가 무슨 생각이 있을라꼬. 모든 건 본능이었다. 무의식이다. 으스러지게 눌리는 날개뼈의 둔통을 아득하게 느끼며 쿠사나기는 눈을 감았다. 사실 아픈 곳은 그 밖에도 많았으니 눈을 감으면 그리 의식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게 눈꺼풀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스오우의 시선은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 정면을 향해있었다. 쿠사나기의 등 뒤, 말갛게 닦인 거울로. 그렇게 해두지 말 걸 그랬지. 반대로 반사되어 비치는 불꽃은 타타라의 것과 같을까. 쿠사나기는 생각했다. 비져나오는 신음과 그에 섞인 헛웃음이 기묘하게 꺽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