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으른 존못이 내일모레 행사인데 지금 원고하면서 펑크방지를 위한 수량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뭐라도 좋으니 댓글에 원하는 수량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분골쇄신해서 열심히 써가겠습니다ㅠㅠㅠ
키세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위치는 리제님 부스에 위탁해서 '[우2] 동경을 그만두는 것을 방해하지마!' 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ㅠㅠㅠㅠ
24시간의 연인/녹황/A5 16~20페이지 중철본/2000원
청황 베이스의 녹황으로 청<황<녹으로 향하는 짝사랑...입니다.
▼Sample
키세가 잡은 손목을 미도리마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한적한 오전의 시 외곽으로 나가는 전철 안에서도 키세는 손목을 놓지 않았다. 처음 탔을 때부터 빈 칸이 드문드문 보이던 전철 안은 지금은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덜컹대는 규칙적인 전철의 움직임이 배경음처럼 흡수되고 그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불편한 침묵은 아니었다. 키세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날이 맑아 키세의 얇고 가는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짝이며 일렁인다. 이제는 슬슬 봄을 지나 여름에 가까운 날씨. 한낮의 더위는 연일 섭씨 20도 이상을 웃돌았지만 키세는 여전히 미도리마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미도리마는 여전히 그 손목을 바라만 볼 뿐, 쳐내지도 않고 키세에게 무어라 말하지도 않았다.
어떤 단어에 대하여 그 정의를 생각해 본 적 있었다.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그러나 미적지근한, 미도리마와는 거리가 먼 단어. 버스 안에서, 극장 안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깍지 낀 손을 자랑하듯 앞뒤로 흔들며 거리를 활보하는 한 쌍의 사람들. 키나 몸무게, 체형이나 얼굴도 제각각이지만 포괄적으로 하나였다. 그런 머나먼 타인의 시선은 500페이지짜리 사전에 쓰여진 학술적인 정의와 다를 바 없다. 질릴 정도로 귀에 박힌 목소리나 지금 눈앞에서 흔들리는 가는 머리카락은 굳이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선했으나 그 위에 하나의 단어를 덧씌우는 순간 상像은 순식간에 그 모양을 바꾸어 형용할 수 없는 생전 처음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것을 지금 키세는 강요하고 있었다.
손목을 감싼 손바닥은 조금 메말라 거칠었지만 손바닥이나 손가락 이질적으로 매끈했다. 이 감촉을 미도리마는 알고 있다. 매끈한 농구코트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마찰력이 큰 농구공을 다루다 보면 누구라도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기 마련이다. 모르긴 몰라도 키세가 처음 농구부에 들어왔을 때 그의 손은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말랑했으리라. 아니면 그 때도 이미 학생 모델이란 타이틀은 붙어있었으니 외려 더 매끈하고 부드럽게 관리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감촉과 그 손 위에 단어의 상을 덧그리려 미도리마는 노력했다. 이 손을 뿌리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그가 놓아줄 때까지 얌전히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간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야 할까. 무엇을 할 거냐고, 왜 그러느냐고. 그러나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떠한 형태로도 녹아들지 못한 단어가 그저 키세의 위로 어설프게 미끄러져 부유하고만 있다.
조용한 전철 속에서 지이이잉- 하는 휴대전화의 진동음이 들린다. 미도리마는 상념에서 벗어나 키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여전히 그는 들뜬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세의 시선은 한참 전부터 그 쪽을 향해 있었다. 키세가 눈치 채지 못하게 미도리마는 키세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가방 안을 더듬었다. 부드러운 체육복 사이에서 여전히 떨리고 있는 휴대전화를 찾아낸다. 조심히 꺼내 보면 아.
개교기념일에도 훈련일정은 빡빡했다. 외려 주말 이외의 휴일이 생겼으니 당연히 연습이었다. 무단으로 훈련에 결석했으니 무슨 일이 생길지. 수다쟁이 파트너는 아마 돌아간다면 미도리마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이유를 물을 테고 엄격한 감독에게선 당연히 페널티가 주어질 터였다. 어떻게 따져도 학교에 가는 편이 미도리마에겐 이득이었으나 미도리마는 학교로 가는 대신 아침 일찍부터 미도리마의 집 근처 골목길에서 죽치고 있던 키세를 따라 지금 여기 있다.
미도리마는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휴대전화를 바라보다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잠깐의 정지화면 뒤에 이윽고 까맣게 변한 액정을 가방 속에 다시 밀어 넣었다.
“미도리맛치, 봐요! 바다야!”
열차가 한 번 커브를 돌자 키세가 바라보던 창 너머로 푸른 수평선이 반짝인다. 고개가 아플 텐데도 키세는 미도리마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마냥 고개만 돌려 뒤를 바라본다.
“카이조는 바닷가일텐데?”
“그거랑 이거랑은 다름다! 그리고 지금은 미도리맛치랑 있다는 게 중요해요!”
웃음을 담뿍 담고 헤실헤실 웃어대는 얼굴에 미도리마는 내일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인사대천명. 오늘의 전갈자리는 6위였다. 어차피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인사를 다해야 되는 건 이쪽이겠지.
“아.”
그러나 미도리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결국 평정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탄식 같기도 하고 한숨 같기도 한 외마디의 그것을 키세는 못 들었는지, 아니면 무시하는지. 치받듯 올라오는 것들을 다시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한 번 키세가 꽉 잡고 있는 손목, 그 위로 단어의 상을 씌우기 위해 노력했다. 채 두 줄을 넘지 않는 그 짤막하지만 어렵고, 몹시도 염원했으나 영원은 아닌, 그 단어의 상을.
연인(戀人)
[명사]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그 각각을 지칭하기도 하고, 두 사람을 아울러 지칭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