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샤게를 합니다. 페그오와 앙스타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A3!에서 후루이치 사쿄를 고르신 분들은 부디 제게 연락을....
쵱컾은 아마도 오미사쿄지만 도련님...10년 이상의 친분+방황하는 사춘기는 망상에 좋습니다
당신은 울었다고 했다. 웃다가도 울 수 밖에 없었다고. "글쎄. 그 때는 나도 사춘기였으니까?" 허심탄회하게 웃는 얼굴이 행복해보여서 나는 반대로 조금 서글퍼졌다.
내가 그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명확한 시점을 잡기는 어려웠다. 그가 내게 아이스바를 건네주고 본인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내 손을 잡고 걸을 때였을까. 아니면 비 오는 날 교문 앞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서있었을 때? 지친 듯 안경을 벗고 미간을 꾹꾹 누르면서도 "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냐."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을 때였을까. 마냥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당신은 늘 귀찮을 만큼 잔소리가 많았다. 씻고 나올 땐 물 떨어지지 않게 머리를 제대로 닦고 나와, 돈은 허투루 쓰는 게 아니야, 학교는 제대로 가야지, 그렇게 심심하면 부활동이라도 해.,내가 계속 챙겨줄 순 없으니까, …….
당신이 나의 영원한 이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해 본 적 없다. 나는 어릴 적부터 타인과 나의 거리를 잘 알고 있었고 가족도 나와는 남이라는 걸 알았다. 머리통에 들어있는 생각은 누구나 다 달라서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듯 당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내가 그 말에 왜 그다지도 상처 받았는지는 나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은 바빠졌다. 평소에 보던 다른 어른들보다 당신은 훨씬 어렸다. 키는 컸고 입은 험했고 표정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그 얼굴엔 아직 지우지 못한 저항과 불만이 섞여
있어 그냥 고등학교 형들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입은 정장이 멋쩍어서 거울 앞에서 애매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은 정말로 어른이 됐다는 뿌듯함보다 더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눈부시게 밝은 백화점 조명 밑에서 일렬로 나란한 눈물점이 혹은 눈물처럼 보여 눈을 비볐던 기억도 있다. 여전히 갈 길을 모른다는 점에서 나는 당신과 어렴풋이 동질감을 느꼈을까?
당신은 머리가 좋아서 금방 할 일이 많아졌다. 이젠 나만을 위해 일하던 당신이 아니었다. 가끔 얼굴을 볼 때마다 당신의 얼굴에선 그 예전의 격정들이 하나씩 지워졌다. 정말로 지워진 걸까. "어른이 됐나보지, 나도."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거지?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체념하는 것이다. 감추는 것이다. 그의 안에 있던 열정들은 지워지거나 영영 묻힌 것이 분명했다. 시시한 어른이잖아, 그런 건.
당신의 공연을 모두 보았다. 정말로 모두 보았다. 당신이 읊조리던 낡은 대본들, 오래된 희곡, 비극과 희극을 오가고 망국의 왕과 배신하는 기사, 욕망에 혼을 바친 남자와 사랑에 빠진 공주의 대사를 당신은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읊었다. 창문으로 스미는 밤의 희미한 불빛들 속에서도 화려했는데 본 무대에서는 어련했는지. 나는 나도 모르게 몰입했고, 당신의 역할을 응원했고, 그리고 울었다. 당신이 지우거나 포기했던 것이 저기에 살아있었다. 당신은 행복해보였다. 또렷한 음성, 짓씹는 단어들, 날렵한 움직임, 노회한 마피아의 보스도 무기력하게 꿈틀대다가도 이윽고 살아 움직이는 당신도, 누군가의 충직한 호위인 당신도 전부 행복해보였다. 커튼콜 뒤에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당신은 웃거나 혹은 울 것이다. 당신이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잡은 충만한 기쁨으로.
영원한 이해자가 아니라도 적어도 비슷할 줄은 알았는데 당신은 먼 곳에서 겨우내 움츠리다 간신히 봄을 만난 꽃처럼 만개하고 있었다. 나만 이 겨울에 우두커니 서서 다른 계절의 당신을 보고 있는 셈이었다. 이름 모를 비통은 가끔은 방향을 모르는 분노가 되는 법이었다.
"나도 사춘기잖아."
당황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며 나는 뻔뻔하게 말한다. 당신이 나를 거절할 리 없었다. 책임감이 강하고 다정한 당신. 우리가 지내 온 겨울을 당신은 분명 잊지 않았을테니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당신은 인상을 찡그리다, 뭔가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바라보다가 말하겠지.
"맘대로 해."
거 봐.
대신 명확하게 말해둘게. 나는 내 봄으로 가고 싶은 거야. 당신의 봄을 좇아서, 이윽고 나의 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