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러진 얼룩이 처음 생겼을 때의 고통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불꽃은 낙인시킬 때보다 지우려고 할 때 더 뜨겁게 타올랐다. 매캐하게 단백질이 타오르는 냄새와 한 쪽 어깨가 완전히 마비된 것 같은 화끈한 고통, 온통 한 쪽으로 신경이 쏠려 다른 감각을 완전히 소실해버려 나중에 셔츠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 보고서야 피도 어느 정도 흘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달군 쇠에 베이면서 동시에 익어버려 날카롭게 잘린 상처 주변의 살은 우둘투둘하게 부풀어 일그러져 있었다. 수백개의 바늘로 쿡쿡 쑤시는 것처럼 욱씬거리고 심장이 거기에서 뛰는 것처럼 화끈거린다.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팠는지는,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후시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 때는 죽을 정도로 아팠다고 해도 지금에서는 그게 어느 정도로 아팠는지 가늠할 수 없다.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과 희미하고 단편적인 기억과 감각들만이 뒤섞여 어지러이 휘날린다. 정말로, 그렇게 아팠던 것은 아니었다. 화상은 생각보다 오래갔고 매일 소독약을 바르고 진물에 들러붙은 거즈를 떼어내는 일이 귀찮아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하기는 했었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대신 이 통증은 아주 진득하고 오래오래, 매일 나타나는 건 아닐지라도 어딘가에 숨어있다 불현듯 튀어나와 긴 자취를 남겼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환각이었다. 몇 번이나 화끈거리는 고통에서 잠을 깨 병원에 가면 전혀 이상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득하게 남아 뼈를 긁어내는 것처럼, 피부를 뒤집어 엎는 것처럼 들쑤시고 사라지는 환통을 후시미는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몰랐다. 원인을 모르니 해결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후시미는 그냥 적응하기로 했다. 호흡마저 가빠지는 통증을 짓누르고 잠이 든 밤이면 다음 날은 늘 긴 여운이 남았다.
오늘도 그러할 뿐이었다. 욱씬거리는 쇄골을, 거무죽죽한 흉이 남은 망가진 불꽃을 찬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후시미는 중얼거렸다.
"엇갈린건가."
너는 어떨까. 나와는 달리 온전한 모양을 지니고 그것을 긍지와 자랑으로 삼아, 감추고 사는 나와 달리 의연하게 드러내는 너는 이 지긋지긋한 고통따윈 전혀 모르겠지. 그래도 묻고 싶었다. 그래도 후시미 사루히코는 생각해본다. 네 손이 닿으면 이 통증도 사라지지 않을까. 이해하지 못해도, 너는 자업자득이라며 나를 타박하고 그래도 감싸주지 않을까. 그러면 틀림없이 이 형체없는 통증도 감정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3화의 후시미는 왜 저기서 문신을 깠을까 에서 시작했는데 이걸로 무나후시든 미사후시든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